뒤바뀐 포메라니안과 스피츠의 운명
[나비와빠루] 제 25부
[노트펫] 필자의 인생에서 첫 번째 개는 새하얀 스피츠 빠루였고, 두 번째는 황갈색 포메라니안 누누였다. 첫사랑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혹자는 첫사랑은 비록 이루어지지 않아도, 가슴 속 영원히 추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아련한 첫사랑은 상상만 해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필자의 첫사랑인 스피츠나 두 번째 사랑인 포메라니안도 마찬가지다. 그 개들을 생각만 해도 그들과 함께했던 유년기, 청소년기 시절의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두 견종(犬種)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더 심한 것 같다.
요즘도 거리에서 스피츠나 포메라니안을 보면 다른 개들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개들에게는 ‘소가 닭을 보는 것’ 같이 무심하지만, 두 견종을 보면 마치 거대한 자기장에 갇힌 철가루 같이 완전히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혼자 다닐 때도 그렇지만 옆에 누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평소 수다스러운 성격의 중년 남성인 필자는 아내와 산책을 하면 어김없이 이야기보따리의 대부분을 푼다. 그것도 네버엔딩 스토리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에 자신의 주장을 담아 열변을 토하는 것은 필자의 일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쏟아 내다가도 포메라니안이나 스피츠가 지나가면 만사를 제쳐두고 넋을 잃고 보기 일쑤다. 아내가 옆에서 남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쳐야 겨우 움직일 정도다.
지금 사는 아파트 인근에는 주민들로 늘 붐비는 공원이 있다.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옛말이 있다. 사람과 개의 관계도 그렇다. 날씨 좋은 날 공원에는 주인을 따라 나온 강아지들로 북적인다.
천성이 게으른 필자는 솔직히 산책하는 것보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서 개 구경하는 게 더 좋다. 운동 대신 하루 종일 공원에서 노는 개를 구경하는 게 더 좋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공원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개는 다름 아닌 포메라니안이기 때문이다. 포메라니안은 시츄, 푸들과 함께 견고한 탑3 체제를 이미 동네에서 구축해 놓은 것 같다. 이들의 색상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황갈색, 그 다음은 흰색이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 흰색 포메라니안은 귀했지만, 이제는 황갈색과 비교될 만큼 그 숫자가 늘어난 것 같다. 드물게 파티 칼라 포메라니안을 보는 날도 있다.
2022년 현재 포메라니안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 견종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포메라니안을 데리고 외출하면 주변에 사람이 모일 정도로 귀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지게 하는 변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집 지키는 개의 대명사와 같았던 스피츠는 그렇지 않다. 이제는 얼굴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간혹 산책을 하다가 스피츠를 보는 날은 마치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들 정도다.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