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 반려견 덜 버려졌다

2022.01.17 15:47:03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지난 14일 속초 청대리 카페 근처에서 발견된 유실유기견. 5마리가 함께 발견됐다. 사진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노트펫]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바깥 활동이 줄면서 버려지는 반려견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동물자유연대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내 유실유기동물 공고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발생건수는 총 11만6984건으로 2020년보다 1만1733건, 9.1% 감소했다. 종별로 개가 2020년 9만4403건에서 지난해 8만4136건으로 10.9% 줄었고, 고양이는 4.1% 줄어든 3만1421건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실유기현황 분석

 

지역별로 서울은 전년보다 12.2% 줄어든 5426건이 발생했고,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2만3820건으로 11.6% 감소했다. 광역시 가운데에서는 광주를 제외한 부산과 대구, 인천, 대전, 울산에서 전국 평균을 웃도는 감소세가 나타났다. 대전은 감소율이 무려 34.4%에 달했고, 방견 때문에 골치를 앓아온 제주도 마당개 중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18.1% 줄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실유기현황 분석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숫자가 13만401마리로 전년대비 3.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2년 연속 유실유기동물 숫자가 감소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월별 유실유기동물 발생 추이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유실유기견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고양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나타났던 유실유기 패턴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에도 5, 6월에 발생건이 폭증하다 혹서기(8월)에 감소하고 가을철에 다시 증가했다. 보호소에 입소하는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들이 대부분이다. 5, 6월은 소위 '아깽이 대란'이 발생하는 시기로 길고양이 낳은 새끼들이 폭증하는 시기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실유기현황 분석

 

반면 개들은 지난해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고 동물자유연대는 설명했다. 휴가 등 사람의 외부활동이 많아지는 7, 8월 정점을 찍고 외부활동이 적어지는 겨울철에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3월에 가장 많은 발생건(7748건, 9.2%)을 기록하고 7, 8월 발생건 역시 예년에 비해 그 비중이 크지 않았다. 겨울철 발생건수도 크게 줄지 않는 등 월별 편차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유실·유기동물 발생은 외부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 함께 늘고, 외부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함께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외부활동이 줄어들고 장기여행 등이 제한되는 등 생활패턴이 비교적 단순해지면서 계절변동성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비슷한 맥락에서 고의적인 유기 역시 어느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해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에 대한 입양이 늘었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짖음과 같은 소음, 물건훼손 등의 행동문제가 억제됐을 것으로 봤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실유기현황 분석

 

유실유기된 품종견의 비율이 이런 점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품종견과 비품종견 모두 발생건수는 줄었지만 품종견 발생건수는 19.1% 줄었고, 비품종견은 8.3% 줄었다. 이에 따라 비중 면에서 품종견은 2020년 23.9%에서 21.7%로, 비품종견은 76.1%에서 78.3%로 달라졌다. 비품종견의 경우 주인없이 떠도는 개와 개가 낳은 새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전부가 유실유기된 개라고 볼 수는 없다.

 

채 팀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외출이나 여행 제한의 등의 원인도 반려동물로부터 코로나19로 옮겨가면서 양육에 따른 애로사항이 해소된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버려지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 역시 일상 회복에 다가가면서 유기가 다시 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현황과 관련해 반려견 중성화와 길고양이 입소기준 및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채 팀장은 "1세 미만 개체가 전체 유실·유기동물 발생건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상은 의도치 않은 번식과 이로 인한 유실·유기가 반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정부에서 올해부터 시행하는 '읍면지역 실외사육견 중성화 사업'과 함께 반려동물 중성화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입소 고양이의 대부분은 새끼 길고양이로 현행 지침상 질병에 걸리거나 어미와 떨어져 자생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입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지자체 예산에 치료비 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입소보다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임시보호 등을 활성화하거나 새끼 고양이들이 불필요하게 입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내 교육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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