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커지는 포메라니안..포메라더니 폼피츠?
[나비와빠루] 제 26부
[노트펫] 필자는 간혹 지인들로부터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한 문의를 받는다. 수고비는 절대 받지 않는다. 답변은 무료다. 문의 내용 대부분 개를 키우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간혹 자신이 키우는 품종견(品種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묻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포메라니안에 대한 문의가 하나 있었다. 질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의뢰인은 필자가 직접 아는 분이 아닌 아내의 지인이다. 의뢰인은 의뢰일로부터 4개월 전 포메라니안인줄 알고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체구가 계속 커져 생후 6개월령에 접어든 해당 강아지는 이미 일반적인 포메라니안보다 커져버렸다.
아내가 카톡으로 받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미 체구는 필자의 스피츠 빠루와 비슷했다. 하지만 얼굴은 빠루와 좀 달랐다. 필자가 중학교 때 키웠던 포메라니안 누누를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문득 미국에 있을 때 있었던 해프닝이 생각났다. 스탠다드 푸들도 아니고 골든 리트리버도 아닌 개와, 말티즈와 푸들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개들이 필자의 집 앞을 주인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당시 집 앞에서 옆집 아저씨와 커피를 마시다가 그 독특함에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머지 개들을 산책시키던 주인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말을 걸었다. 무슨 견종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분은 웃으면서 평소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자신의 개들은 새로운 품종이 아니고, 엄마와 아빠가 다른 품종이라고 했다. 늘씬한 체구에 금발 머리카락을 파마한 것 같은 개는 골든 두들, 곱슬머리 말티즈는 말티푸라고 했다.
필자에게 이번 의뢰를 한 견주도 말티푸나 골든 두들 등과 비슷한 성격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추정컨대 엄마는 스피츠, 아빠는 포메라니안으로 보였다. 만약 그 반대가 되면 모견(母犬)이 출산할 때 난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뢰인에게 어떤 경로로 그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런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를 통해 사건을 의뢰를 받았기에 아내에게 대략적인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열심히 적은 내용을 기반으로 의뢰인에게 다시 설명했다. 그런데 아내는 의뢰인과 통화를 마치고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이미 의뢰인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필자에게 의뢰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사진 속의 귀여운 강아지를 혹시라도 파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도 의뢰인과 통화하며 그런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미 이 강아지는 완전한 식구가 되어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다.
아내를 통해 그 말을 들으니 비로소 안심이 됐다. 괜히 말을 잘못해서 강아지에게 불행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뢰인을 오해한 것 같았다. 개를 키울 것 같으면 의뢰인과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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