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츠는 주인과 함께 집을 지켜요!
[나비와빠루] 제 28부
[노트펫] 1970년대 단독주택이 주거 형태의 다수를 차지했다. 그 시절은 흰 솜뭉치 같은 스피츠의 전성기였다. 지금은 아파트의 거실을 차지하면서 반려견으로 생활하는 스피츠는 당시만 해도 집을 지킨다는 확실한 업무를 수행하는 실용견(working dog, 實用犬)이었다.
1970년대 단독주택들의 담장 위에는 날카로운 것들이 많았다. 철조망은 물론 맥주병을 깨서 만든 유리 파편을 시멘트와 반죽을 해서 설치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경계심 많은 집들은 그것만으로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당에 빠루 같은 스피츠를 키우기도 했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번견(watch dog, 番犬)인 스피츠는 체구가 크지 않다. 소형견과 중형견의 중간 정도에 불과한 10kg 내외다. 그래서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을 지키기에는 작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스피츠라는 개의 특징을 잘 모르고 내리는 판단이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집을 지키는 개는 체구가 커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츠는 경계심 충만하다. 그래서 스피츠가 지키는 마당은 조금의 빈틈도 발생하기 어렵다. 개의 성격상 그런 허점은 용납되지 않는다. 경계심 강한 스피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특유의 짖음이다.
그 울음소리는 방안에 있는 사람의 귀에 착착 감긴다. 귀 끝을 자극할 정도로 날카롭기 때문이다. 한 번 터진 스피츠의 울음보는 주인이 와서 쓰다듬어 달래줘야 비로소 진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소리는 계속 된다. 스피츠는 자신의 목청이 쉬는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충심으로 집을 지키는 번견이다.
또 스피츠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개다. 그래서 집을 혼자서 지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은 적의 침입이나 그 징후를 빨리 알아차리고 이를 주인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진 스피츠는 대형견과는 달리 혼자의 힘만으로는 외부의 적을 능히 제압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인에게 위험을 빨리 알리기 위해 짖는다. 만약 주인이 오지 않을 경우, 주인이 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짖는다.
그렇게 스피츠 빠루도 자주 짖었다. 귀찮고 시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는 할아버지에게 빠루의 잦음 짖음에 대해 불평을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전날 밤에 빠루의 울음소리에 마당에 뛰어나가 보니 담을 넘으려던 도둑이 황급히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빠루의 이마를 한 번 쓰다듬어주셨다.
철없는 꼬마 주인이 세상 모르고 잠을 잔 시간에도 빠루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고생했다. 평소 빠루는 주인만 보면 애교를 부려서 응석받이라고 생각했던 게 창피하게 느껴졌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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