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배송하는줄'..동물보호소에 턱하니 고양이 버리고 간 남성

2022.02.15 09:43:5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동물보호소에 들어와 물건배송하듯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남성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동물 유기 행위가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15일 최근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라의 본부 및 보호소인 더불어숨센터에 한 남성이 이동장을 들고와 두고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캡처 사진들을 공개했다.

 

 

지난 10일 오후 3시22분. 키 170~175cm 가량의 한 남성이 한 손에 이동장을 들고 카라 쪽으로 온다. 출입문 앞에서 두 손으로 이동장을 바꿔든 남성은 문을 반쯤 열더니 문 안쪽에 이동장을 두고 사라진다.

 

 

 

이 남성은 그대로 자취를 감췄고, 카라 활동가들은 이동장 안에서 품종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양이는 상처를 핥지 않도록 하는 넥카라를 한 채 꼬리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털은 엉망으로 엉켜있었고, 악취가 났다. 돌봄을 받았다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게했다.

 

 

또 이동장 안에는 고양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사연으로 부탁하는지 메모 한 장 없었다. 카라 활동가들은 이같은 모습이 담긴 CCTV를 확인하고, 경찰에 동물 유기 사건으로 신고했다.

 

동물보호소는 물론 동물병원, 애견샵이나 애견미용실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에 이처럼 강아지나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일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해왔다. 동물 관련 시설이 상습유기처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카라는 "고양이를 버린 이가 키우던 반려묘일 수도 있고, 어딘가 버려진 동물을 집어다가 카라 앞에 놓아둔 것일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의 사정과 생각이 어떻든간에, 고양이가 버려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을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카라는 그러면서 동물 유기에 대해 '동물보호법 강화'만이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 경찰의 전문성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라는 "112에 동물 유기를 신고했을 때, 경찰에서는 "동물 유기도 범죄인가요?"라며 반문했다"며 "이번 경우 뿐 아니라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면서 이게 무슨 법의 몇 조 몇 항 위반인지, 경찰에서 어떤 자료를 수집하여 수사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고양이는 잠시 안정을 취한 뒤 병원을 다녀왔고, 다행히 꼬리를 비롯해 몸상태는 나쁘지 않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1~2살 정도 된 페르시안 친칠라 종 고양이로 중성화는 돼 있지 않다.

 

카라는 고양이에게 하리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마포구에 유기동물 신고를 하면서 지난 11일자로 유실유기동물공고에도 등재됐다. 공고는 21일까지 진행된다. 

 

카라는 곧 유기사건에 대한 수사관이 배치돼 동물 유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라도 처벌을 위해 자체적으로도 제보(메일 info@ekara.org)를 받는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