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이 긁어댄 택배박스..유기견 두 마리 살렸다

2022.03.15 16:18:4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버려진 박스를 긁어대 카페 사장님의 주의를 끈 고양이들. 사진 대구고양이보호연대

 

[노트펫] 주민들과 교감을 나누며 살아온 동네 고양이들이 버려진 강아지 두 마리의 목숨을 살렸다.

 

15일 대구고양이보호연대에 따르면 지난 12일 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카페 사장님은 돌봐주는 동네 고양이 2마리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 대구고양이보호연대

 

젖소 고양이 쫄보와 고등어 고양이 너구리. 지난해 구청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통해 중성화수술을 받고 주변에 설치된 급식소를 오가며 카페 사장님의 보살핌 속에 살아가는 동네 고양이들이었다.

 

이 녀석들은 난데없이 쓰레기처럼 방치된 택배용 종이박스를 긁으면서 사장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택배박스는 이틀 전 10일밤 카페 직원의 눈에 처음 띄었다. 특이한 점이 없었던 택배박스, 누군가 무단으로 버린 줄만 알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벽쪽에 버려져 있던 박스.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사진 대구고양이보호연대

 

이틀 동안 박스는 그대로였는데, 쫄보와 너구리의 이상행동이 계속되자 사장님도 관심이 생겼다. 사장님은 고양이들에 이끌려 택배박스를 열었다가 기함을 했다.

 

박스 안에는 힘이 빠질대로 빠진 말티즈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던 것. 사람에게 발견되고서도 말티즈 두 마리는 전혀 짖지를 못했다.

 

구조 직후 말티즈의 모습. 사진 대구고양이보호연대

 

고양이들이 이상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강아지들은 그 안에서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추후 확인 결과 말티즈들은 암수 한 쌍으로 둘 다 2021년생, 이제 채 2살이 되지 않은 어린 개체들로 추정됐다.

 

암컷이 체중 4.8kg로 2.3kg에 불과한 수컷보다 덩치가 두 배 더 컸다. 둘 다 눈을 가리는 털 길이로 봐서는 몇달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말티즈들의 공고 사진. 암컷(위)과 수컷(아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유실유기동물공고

 

카페 사장님은 누가 강아지를 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 상가 CCTV를 확인했지만 유기자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대구 중구청에 말티즈들의 유실유기동물신고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증거 확보 작업을 진행해 동물 유기로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드시 유기자를 찾아내겠다는 각오다.

 

대구고양이보호연대 관계자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당당하게 고양이들을 돌보면 속상한 일보다 기분 좋은 일이 훨씬 더 많다"며 "이번에는 동네 고양이들이 강아지들의 목숨을 구한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쫄보와 너구리가 발견한 강아지들을 유기한 인간들은 반드시 붙잡혀서 벌을 받고, 가여운 강아지들은 모두 좋은 분께 꼭 입양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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