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 해칠까봐'..갈비뼈 부러지면서도 쉼터 입소 거부한 가정폭력 피해자

2022.04.01 14:58:2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해당 가정폭력 피해자의 고양이와 관련이 없습니다.

 

[노트펫] 자신이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면 키우던 고양이들이 어찌될까 걱정이 돼 쉼터 입소를 거부한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31일 SNS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가 키우던 반려 고양이 4마리의 구조기를 소개했다.

 

카라는 얼마 전 지방의 한 폭력예방상담소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다. 폭력예방상담소는 가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가 고양이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쉼터가 없어 피해자 자신도 쉼터 입소를 미루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평소 가해자로부터 병으로 머리를 맞거나, 발로 차이거나 밟혀 온몸에 멍이 들도록 폭행을 당하고 있었으며, 가해자는 포크 등 도구로 피해자를 찌르기도 했다. 언어적 폭력은 일상이었다. 폭력 사태로 인한 분리 생활 중에도 가해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회유했고, 피해자는 한 차례 다시 돌아간 적도 있으나 폭력은 계속됐다. 오히려 다시 돌아간 이후 폭행의 정도는 더 심해졌고 끝내는 갈비뼈까지 부러지는 상황까지 갔다.

 

피해자는 결국 경찰 신고 접수 이후 쉼터 입소 준비를 진행하게 됐지만 고양이들의 안전이 염려돼 쉼터 입소를 미루게 됐다. 국내 피해자 쉼터는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불가능하여, 피해자는 주변 지인들은 물론 지자체 보호소에까지 문의를 하는 등 고양이들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봤지만 어떠한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동반 입소할 수 없고, 보호 기간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의 동물을 인수하여 돌봐주는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피해자는 이 지역이 아니라서 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카라는 "이번 제보를 받고 농림부, 사건 발생 지역 동물보호센터와 직접 논의를 진행했지만 농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인수제 법적 제도 마련은 확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사건 발생 지역 동물보호센터에서는 고양이들이 피해자와 함께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만 입소가 가능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다"고 답답해했다.

 

결국 카라는 피해자의 쉼터 입소가 시급하다고 보고, 피해자들의 고양이 4마리를 구조키로 했다. 카라는 지난 2018년에도 유사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의 반려견 두 마리를 맡아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을 보낸 적이 있었다. 2019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까지 반려묘 3마리를 임시보호해줬다.

 

카라는 "실제로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이 떠난 후에 가해자가 반려동물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폭력 상황이 심각함에도 쉼터 입소를 포기하여 또 다시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8년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현실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고양이들을 카라로 보내기 전날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눈물을 많이 흘리며 가정 폭력 상담사들에게 고양이들을 보냈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폭력 피해자의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적 보호 대책 마련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라에 온 고양이 4마리 가운데 1마리는 출산을 앞둔 상황으로 전해졌다. 카라는 구조된 성묘 네 마리는 물론 곧 태어날 아기 고양이들의 입양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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