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뛰어넘은 개와 고양이의 우정

[나비와빠루] 제 36부 

 

 

[노트펫] 생명체를 생물분류체계로 구분하면 종(species), 속(genus, 屬), 과(family, 科) 순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위로 올라가면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생명의 가계도가 완성된다. 개와 고양이라는 매력적인 두 동물은 인간의 눈에는 충직하고 멋진 동물들이다. 그래서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두 동물을 생물학적 기준과는 연관이 없는 ‘반려동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어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과는 달리 개와 고양이의 혈연관계는 멀다. 육식동물의 모임인 식육목(carnivora, 食肉目)까지는 같지만, 그 아래 단계인 과에서부터는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개는 개과, 고양이는 고양잇과다. 목(order, 目)까지는 같고 과는 다른 셈이다.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운 경험이 있다. 단독주택에 살 때인 초등학교 시절과 복학 후 대학 시절 때 그랬다. 우리나라의 단독주택들은 안전 보장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담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택의 담장은 개를 포함한 네 발 동물들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하지만 네발 달린 동물들 중에서 예외인 경우도 있다. 할아버지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진 원숭이’라고 했던 고양이가 그렇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에게 담장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존재다. 장애물 축에도 끼지 못한다.

 

중형견을 피해 나무에 오른 고양이. 10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높이까지 올라간 고양이의 나무타기 실력은 원숭이에 비교할만하다. 2015년 강원도에서 촬영


고양이는 주택의 담장이 제 아무리 높아도 능히 올라갈 수 있다. 갈퀴 같은 발톱과 놀라운 유연성을 가진 고양이에게 주택의 담장은 재미있는 놀이기구나 마찬가지다.

 

본능에 충실하고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은 낯선 집의 담을 넘어 먹을 것을 챙기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맛있는 냄새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배고픈 경우는 더 그렇다. 옛말에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재주 많은 고양이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인지 고양이 나비에게 밥을 주면 기웃거리는 낯선 고양이들이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고양이도 자기 밥을 다른 고양이들과 나눌 생각은 없다. 고양이는 배를 채우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양이의 세계에서 식사를 공유한다는 것은 자신이 낳은 새끼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일이다. 그것도 미성년일 때만 해당되는 일이다.

 

지인의 스피츠도 다른 집 고양이가 마당에 들어오면 내쫓아버리기도 한다.

 

배고픔에 담을 넘은 고양이가 마당에 난입하면 나비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나비는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톤의 소리를 지르며 밥도둑에게 저항했다. 그때 가장 빨리 나비를 도운 이는 주인이 아니었다. 행동이 굼뜬 사람은 마당에 침입한 불청객을 내보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나비의 조력자는 경비견 역할을 자임했던 스피츠 빠루였다. 맹렬한 기세로 짖으며 달려들었다. 빠루에게 나비는 주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친구였다. 나비가 자신의 밥과 물을 먹어도 빠루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비가 아닌 다른 고양이에게는 친절하지 않았다. 빠루에게 나비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야말로 스페셜 원(special one)이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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