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이 보급한 다양한 개들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먼저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 유럽 내륙, 북아프리카, 중동 등을 차근차근 통일하면서 역사상 기록에 남을 대제국을 건설한다. 로마제국은 물론 군사력에 기반한 것이지만 그들은 오로지 군사력에만 기반한 몽골제국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제국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마제국의 높은 문화는 당시 문화 수준이 현격하게 낮았던 주변국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 결과, 로마제국의 흔적은 아직도 서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있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로마제국의 강역은 당연히 로마군의 행진 한 걸음 한 걸음에 의해 실천되어 졌다. 그런데 로마군은 장거리 원정 시 어떻게 군사물자들을 날랐을까? 육로로 이동하는 경우, 당연히 말이나 소 같은 대형 가축들이 끄는 수레를 이용하였다. 또한 육류 섭취를 위해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들도 후방에서 계속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런 가축들은 밤이 되면 특히 주변에 사는 늑대, 곰 같은 배고픈 맹수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기 쉽다. 그래서 로마군은 원정을 할 때면 대형 마스티프 계열의 개를 군견으로 삼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로마군은 대형 마스티프 계열 개들을 단순하게 가축 호위용으로만 국한하지 않았다. 그 개들은 막사에 대한 야간 경계, 적병 수색 등에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로마군이 이런 대형견들을 이민족들과의 전투에도 투입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불확실한 주장에 불과하다.
이렇게 로마제국의 군견으로 원정길에 같이 참여한 대형 마스티프 계열의 후손들은 지금도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여러 곳에 남아 살아가고 있다.
먼저 스위스로 간 로마 군견의 후손부터 찾아보겠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스위스 산악견 중 가장 아름다운 개로 손꼽히는 개다. 이 개는 명주실 같이 아름다운 털과 화려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대형견 중 가장 아름다운 개라는 평을 받고 있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스위스를 정복하러 갔거나, 주둔한 로마군들이 데리고 간 군견과 스위스 베른 인근 대형견 간의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개다.
다음은 로마제국 당시 로마군과 치열하게 싸운 독일에 남겨진 로마 군견 후손 이야기다. 로마군의 변방을 위협하던 이민족 중 제국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단연 게르만족이었다. 그래서 로마는 게르만족과의 국경선에는 가장 많은 병력을 주둔하며 이들의 침략을 경계하였다.
당시 독일 로트바일에 주둔한 로마군들은 마스티프 계열의 대형견을 본국에서 데리고 와서 경비견으로 활용하였다. 이 대형견은 국경 경비에 동원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후손이 로트바일러가 되었다.
로트바일러는 세계적으로 맹견으로 분류되어 사육 시 각종 규제가 붙는 견종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도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해 외출 시 입마개를 반드시 해야 한다.
로트바일러의 국제적인 명성은 제 2차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나치독일군은 저먼 셰퍼드와 함께 로트바일러를 군견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극단주의적인 인종주의자인 히틀러는 독일에서 만든 경비견인 로트바일러를 너무 좋아하여 자신의 침실에 두고 잤다고 한다. 그래서 로트바일러는 히틀러의 애견이라는 뜻으로 히틀러 도그로 불리기도 한다.
영국도 국토 대부분이 로마군의 수중에 함락되었었다. 현재 국경선으로 프랑스, 스페인, 베네룩스 3국을 정복한 로마군은 브리튼 정복에 나서는데, 타 지역 원정과 같이 마스티프 계열 대형견들을 데리고 떠났다. 이 개들의 후손이 후일 영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된 잉글리시 불독이 된다.
그런데 로마군의 브리튼 원정 전에도 이미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섬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로마제국이 전성기에 이르기 전에 지중해 상권을 장악하던 페니키아인들이 마스티프 계열 개들을 영국에 이미 전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대규모로 영국에 유입된 것은 로마군의 침공 이후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이상과 같이 로마제국은 유럽 전역에 마스티프 계열의 대형견을 보급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물론 로마가 자신들의 개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로마군의 침략과 팽창은 유럽 전역에 다양한 견종들을 널리 보급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