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필살기는 앞발
[나비와빠루] 제44부
[노트펫] 개와 고양이는 사람에게는 큰 차이 없는 귀엽고 착한 생명체다. 하지만 두 동물은 세상의 만물에 접근하는 순서부터 차이가 있다. 개는 코로 킁킁거리다가 관심이 발동하면 그 존재에 입을 가져다 댄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첫 번째 터치가 입이 아닌 다른 기관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앞발로 가볍게 툭하고 친다. 이는 고양이에게만 국한된 특징이 아니다. 고양이의 친척들인 고양잇과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개와 고양이를 견묘지간(犬猫之間)이라고 하면서 마치 원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이야기다. 그러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웠던 스피츠 빠루와 고양이 나비는 틈이 나면 마당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둘의 놀이를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나비가 자신보다 훨씬 덩치 큰 빠루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이 보였다.
둘의 놀이는 나비의 도발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잦았다. 나비가 자신의 앞발로 빠루의 머리를 살짝 치면 빠루는 저 멀리 도망가는 나비를 쫓았다. 빠루가 쫓아오면 고양이 나비는 마치 곤충 나비처럼 담벼락에 올랐다.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빠루가 제 풀에 지쳐 다시 마당에 엎드린 빠루에게 살금살금 다가와서 나비는 다시 한 번 툭 치곤했다. 지금 생각하면 영어 단어 리셋(reset)이 떠오르는 것 같다.
나비와 빠루의 무한 반복 마당놀이의 고정 관객은 할아버지와 필자였다. 할아버지는 고양이의 앞발은 비록 생김새는 발이 분명하지만, 사람의 손과 발이 합쳐진 그런 존재라고 했다. 지금말로하면 필살기(必殺技)라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는 고양이가 앞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싸움에서 개와의 장난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복싱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복싱에서 팔 길이가 긴 복서는 상대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상대가 미처 접근하기도 전에 먼저 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그 점에 주목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진돗개를 키웠다. 이유는 도둑으로부터 집과 가족의 안전을 확보하고, 여우의 닭서리를 막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가 당시 살던 동네는 산골이고 인적도 많지 않아 여우, 담비 같은 닭을 노리는 작은 포식자들의 출몰이 잦았다고 한다.
진돗개를 키우면서 할아버지는 이 개가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지 확실히 느꼈다고 한다. 명견 중의 명견, 그것이 할아버지가 진돗개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진돗개는 주인의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서도 성과를 냈다. 쥐를 잡는데도 탁월한 재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진돗개의 쥐 잡이를 몇 번 본적이 있었다. 당시 진돗개는 고양이와는 달리 자신의 앞발을 사용하지 않고 주둥이를 통해 성공했다고 한다.
고양이와 개의 마당놀이나 쥐 잡이를 여러 차례 본 할아버지가 내린 결론이 있다. 고양이가 개보다 사냥이나 싸움 실력이 앞서는 것은 자신의 앞발을 사람의 손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고양이의 앞발은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시키면서, 상대에게는 타격을 줄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lethal weapon)로 보였던 셈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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