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몸에 불붙고, 불에 타죽는 친구 지켜봐야했던 댕댕이 근황

2022.06.07 15:30:4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올 3월 울진 산불 때 마당에 묶여 있던 탓에 몸에 불이 붙고, 함께 살던 개가 타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댕댕이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화상의 상처가 얼굴에 남아 있지만 새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6일 SNS를 통해 울진 산불 현장에서 구조했던 단비의 근황을 전했다. 단비는 지난 3월3일부터 14일까지 울진 곳곳을 불태웠던 산불의 한 가운데에서 구조됐다.

 

산불 피해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 긴급 출동한 카라 활동가들.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을 수색하다가 불에 타서 완전히 주저앉은 어느 집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불에 그슬려 한 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왼쪽 귀에도 그슬린 자국이 있던 녀석. 곁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개의 사체가 있었다. 그렇게 개는 모든 것을 잃은 채로 서 있었다. 

 

두 녀석 주변으로는 쇠말뚝이 박혀 있었다. 마당에 묶어 놓고 키우던 개들이란 걸 알게 해줬다. 깊이 박힌 쇠말뚝에 묶여 도망칠 수 없어 한 녀석은 불에 타죽고, 한 녀석은 불길 한 가운데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1미터 짧은 줄에 묶여 사는 마당개들의 슬픔을 느끼게 했다. 

 

 

카라에 따르면 산불이 났던 밤, 단비네 할머니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실내에서 기르던 반려견과 사료봉투를 챙겨 집을 떠났다. 하지만 할머니가 평소 '큰 메리' '작은 메리'라 부르던 마당개들은 그대로 놔둔 채였다. 몇 년을 함께 살아온 녀석들이었다. 

 

할머니는 바깥에서 키우는 개와 집안에서 키우는 개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목줄을 풀어주면 녀석들이 이웃집 흑염소를 물까봐 걱정이 됐단다.

 

이날밤 큰 메리(단비)와 작은 메리는 집을 덮쳐온 불길을 고스란히 맞아야했고, 큰 메리는 작은 메리가 불에 타죽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야했다. 산불은 큰 메리로부터 목숨을 앗아가진 않았지만 화상의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다.

 

그렇게 화상을 입은 채로 큰 메리는 작은 메리의 사체 곁에서 나흘을 지냈고, 카라 활동가들 눈에 띄면서 쇠말뚝에서 벗어나게 됐다. 편견을 갖고 있긴 했지만 큰 메리를 무척이나 아꼈던 노부부였기에 카라가 화상 치료 등을 위해 큰 메리를 데려오는 데에도 이틀이 걸렸다.

 

 

단비라는 새 이름이 붙여진 큰 메리는 귀는 괴사가 시작돼 매일 드레싱을 갈아줬고, 2차 감염이 발견된 안면 피부 조직도 치료해야 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 단비는 상처와 진물이 흐르던 피부는 새살이 돋아 나고 조금씩 털도 자라고 있다.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동물과는 조금 시간이 필요해 꾸준히 사회화를 위한 훈련도 받는 중이란다. 

 

 

카라는 "해맑은 모습으로 사람을 반기고 활동가와 함께하는 산책시간을 좋아하는 단비는 여느 반려견 못지않은 다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더 이상 마당에 매여 살지 않고 보다 넓은 세상을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단비의 입양길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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