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얼마나 우스웠으면...' 파출소 고양이 가족 납치 유기 사건

2022.06.29 16:49:29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파출소에서 돌보는 고양이 가족을 통째로 훔쳐다 동물단체가 운영하는 고양이쉼터에 내다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파출소도 동물단체도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동물보호법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29일 목포고양이보호연합에 따르면 토요일이던 지난 24일 단체가 운영하는 고양이쉼터 건물 앞에서 테이프로 다시 밀봉한 과자박스와 고양이 사료가 발견됐다.

 

관계자가 이상히 여겨 박스를 뜯어보다 그 안에 들어있던 고양이 무리와 눈이 마주쳤다. 손쓸 틈도 없이 다 큰 고양이 한 마리는 놀라서 도망가 버렸고, 다 큰 고양이 두 마리와 새끼 고양이 2마리 이렇게 4마리의 고양이를 쉼터에서 어쩔 수 없이 보호하게 됐다.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쉼터 앞 유기로 여겼다. 쉼터를 비롯한 동물보호소와 동물병원, 용품점, 애견미용실 등은 안타깝게도 상습적으로 유기가 발생하는 곳들이다.

 

CCTV를 돌려봤지만 유기 장면은 찍혀있지 않았다. 쉼터 내 CCTV 위치를 알고 유기한 것으로 판단됐다. 쉼터는 이에 SNS에 고양이 가족 유기 사진을 게시하면서 "적당히 좀 합시다 제발... 쉼터 앞이 유기하는 곳도 아니고..."라며 한탄했다.

 

그런데 이후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목포 주변 섬 지자체의 한 파출소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파출소 직원은 사진 속 고양이 가족은 파출소에서 돌봐온 고양이들이라며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민원 처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직원들 몰래 훔쳐서 그곳에 버린 것같다고 했다. 심지어 고양이 사료도 파출소에서 함께 훔쳐서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이용했는지 혹은 배를 이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들 고양이 가족은 쉬고 있다가 난데없이 바다 건너 육지에 버려진 것이었다. 

 

 

파출소 직원에 따르면 이들 고양이 가족은 파출소에서 2년 가까이 돌봐온 녀석들로 보다시피 가족이라고 했다. 어린 고양이 두 마리는 올해 태어난 녀석들이었다.

 

파출소 직원들 역시 고양이 가족이 사라진 뒤 CCTV를 돌려봤지만 사각지대를 통해 훔쳐가는 바람에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뒷편에 고양이 집을 마련해줬는데 그쪽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파출소 구조와 함께 고양이들을 알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또 여러 날 고양이들의 행방을 쫓았지만 찾지 못하고 있다가 단체의 SNS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하게 됐다고도 했다.

 

황미숙 목포고양이보호연합 대표는 "파출소 직원의 연락을 받은 뒤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말에 그날로 곧장 고양이 가족을 데려다줬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든 길고양이들이라지만 파출소에서 돌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짓을 벌였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고 황당해했다.

 

파출소에서는 고양이들이 파출소 소유라고 주장하기 어렵고, CCTV에 납치 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은 데다 지역 사회에서 괜한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감안해 범인 특정과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고양이보호연합은 고발을 위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잡아다 엉뚱한 곳에 버리고 결국은 죽게 만드는 '이주방사'가 길고양이 혐오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점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려는 이유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 대표이기도 한 황 대표는 "길고양이라서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해도 처벌 사례는 물론이고 강도가 약하다는 동물보호법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고발를 통해 길고양이 이주방사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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