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이빨, 몸에 박힌 총알, 출산...2살 유기견의 몸에 새겨진 길위의 삶
2022.08.16 15:15:2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매달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진돗개. 다달이 바뀌는 모습과 활기찬 모습에 보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파주 더봄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진돗개 비지입니다. 지난해 초 새끼들과 함께 더봄센터에 들어와 치료를 받고, 안정과 적응 기간을 갖고 요새는 평생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지의 웃는 모습에서 과거 동네 주변 길거리나 산과 들을 떠돌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대부분 유기견이 사람과 함께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지듯이 말이죠.
비지는 지난해 1월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 갓 태어난 새끼 4마리와 함께 구조됐습니다. 커다란 트럭들이 지나는 찻길 바로 옆 덤불에서 자신의 체온으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채였다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새끼를 배게 됐고, 하필이면 추운 겨울에 새끼를 낳아 추위와 배고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교외 지역에서 떠돌던 개들이 흔히 번식을 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병원 진찰 결과는 떠돌이 개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비지의 몸 곳곳에 새겨진 삶의 흔적들 때문이었죠.
2살 남짓이었던 비지는 우선 한쪽 앞다리에서 깊이 패인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올무 등 무언가에 오랜 동안 묶여 있으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야생동물을 잡기 위한 올무는 불법화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야생동물은 물론 이렇게 떠도는 개들의 몸도 노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병원에서는 다리가 괴사되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소견을 내놨습니다.
앞다리에 패인 상처에 더해 유독 앞니 하나가 완전히 부러져 있었는데요. 묶인 상처가 있던 다리와 같은 방향의 치아가 부러진 것으로 봤을 때 다리를 파고드는 올무나 매듭을 이빨로라도 뜯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빨을 잃고서 올무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으로 카라는 판단했습니다.
비지의 몸 속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체가 하나 들어 있었습니다. 여러 각도의 엑스레이 촬영 결과 앞다리 안쪽에 총알로 보이는 물질이 발견된 것입니다. 길이 1.5cm 정도의 금속성 물질로 크기와 형태, 재질로 보아 총탄으로 추정되며 파편 조각도 관찰됐습니다.
전국적으로 진행중인 들개 포획 과정에서 쫓기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또 야생동물 사냥철에 야생동물로 오인받아 총을 맞은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떠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다리의 상처, 부러진 앞니, 총알로 추정되는 물질, 그리고 혹한 속의 출산까지. 2년 남짓한 짧은 삶에서 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카라는 "대개 떠돌이 개의 과거는 알 수 없지만 추운 겨울날 만난 떠돌이 백구 비지는 몸 전체에 자신의 과거사를 기록하고 있었다"며 사람에 의해 버림 받은 유기견 혹은 이들 사이에 태어난 개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라는 "진돗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가장 학대받는 개"라며 "법과 정책적 한계와 많은 이들의 오해와 편견으로 고통 중에 있는 진돗개의 현실을 알리고, 제도와 인식 개선을 통해 진돗개가 반려견임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거의 야생과 같은 환경에서 새끼들을 낳고, 구조된 뒤에는 사회화교육을 거쳐 사람과 동물 친화적으로 바뀐 비지에게도 반려견으로서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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