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견 순직 1호 '래리' 떠나던 날
2022.09.15 16:45:0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파트너가 사고를 당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던 날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 경찰 핸들러들의 모습이 뭉클하게 하고 있다.
15일 경찰청 페이스북에는 '경찰견 핸들러들이 본 영화 리뷰' 2번째 편이 게시됐다.
첫편에 이어 영화 '구조견 루비'와 견줘가면서 우리나라의 경찰견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현직 경찰견 핸들러들이 전해주는 내용이다.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종합센터 교수요원 김민철 경위와 대구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핸들러 안성헌 경장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우리나라 경찰견의 실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018년 8월 순직한 경찰견 래리에 대한 두 경찰관의 추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래리는 지난 2011년 12월 대구경찰청 특공대에 배치돼 경찰견 생활을 시작했으며 7년 가까이 전국 강력사건 현장 210곳에서 숱한 공적을 세운 에이스 경찰견이었다.
그러다 2018년 7월말 충북 음성 속리산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독사에게 왼쪽 뒷발등을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특히 래리의 장례식은 순직 경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치러졌다. 동료들의 배웅 속에 수목장으로 치러졌고, 래리를 기념하는 동판이 제작됐다. 또 래리는 지난 2012년 체취증거견이 운용된 이후 첫 순직 사례로 대한민국 순직 경찰견 1호로 추서됐다.
안성헌 경장은 현장에 함께 출동한 래리의 핸들러였고, 김민철 경위는 래리의 첫번째 핸들러였다. 사고부터 영면에 들 때까지 래리를 곁에서 지켜봤던 이들이기도 했다.
안 경장은 "오전에 시작한 실종자 수색이 11시가 넘어갈 무렵 갑자기 래리가 절뚝절뚝했다"며 "만져주니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한 3, 4분 뒤에 또 절뚝절뚝했다"고 회상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싶어 다시 한 번 발을 살펴본 안 경장. 래리의 발등에서 뱀이 물었던 자국이 두 군데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등에는 피가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안 경장이 "큰일났다싶어 주변에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이송을 기다리는 10분, 15분 사이 래리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며 "병원에 옮겨진 래리는 그 날을 넘기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첫번째 아빠' 김민철 경위는 신임 경찰관들을 교육하고 있다가 안 경장으로부터 래리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는 다음날 휴가를 내고 곧장 대구로 달려갔지만 살아있는 래리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온몸에 독이 퍼질 대로 퍼진 상태에서 경직된 상태였다.
래리 이전 경찰견이 임무 도중 죽게 되면 부서 안에서 자체적으로 장례를 치렀단다. 예를 들어 부산경찰특공대면 특공대 안에서, 대구과학수사대라면 과학수사대 안에서 장례를 치르고 추모해왔단다.
김 경위는 "바로 장례 절차를 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 대구경찰청 관계자분들이 이 사례를 그냥 넘기지 말고 경찰관 순직하는 것처럼 동판도 제작하고 기념행사를 해서 경찰견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하자고 했다"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런 경우가 잘 없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래리를 명예롭게 보내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래리의 장례 이후 세상을 떠난 경찰견에 대한 조직 차원의 예우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같다며 기뻐했다.
최근인 지난 7월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체취탐지견으로 사건사고현장을 누볐던 미르가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미르는 2016년부터 6년 가까이 경찰견 에이스로 활약해오다 지난 6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한 달 만에 숨졌다. 죽기 전까지 미르의 파트너였던 최영진 경위가 돌봤다.
경기북부경찰청을 시작으로 경찰청 본청에서도 미르를 애도하며 넋을 위로했다. 래리의 순직 이후 시작된 예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8살에 은퇴해 현재 14살이 된 전직 경찰견을 반려하고 있는 김 경위는 "순직 경찰견도 그렇고 은퇴 경찰견들이 갈수록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제 은퇴 경찰견들에 대한 관리를 시스템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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