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는 고양이도 '우리 가족'

[나비와 빠루] 제 66부

 

 

[노트펫]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병원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려 할 때 분만실 창문 너머에는 아이의 가족들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하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린다. 그리고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신고식 할 때 가족들은 기쁨의 탄성을 터트린다. 이렇게 출생과 함께 사람은 특정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을 피로 맺어진 가족을 기반으로 점점 관계를 넓혀간다. 학교, 직장, 동호회 등에서 타인과의 지속적 유대관계를 맺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더 큰 존재로 성장한다.

 

개의 선조면서 친척인 늑대도 사람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무리에 속하게 되는 늑대는 다른 개체들과 계속 교류하며 성장한다. 본질적인 맥락에서 사람이나 늑대의 사회생활은 차이가 크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개가 사람의 세상에서 아무런 이질감을 보이지 않고 지난 수만 년 동안 잘 살고 있는 것은 이런 늑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늑대 무리에 속한 구성원들의 유대감은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그 단결력으로 늑대는 자신보다 훨씬 덩치 큰 사향소 같은 거대한 사냥감도 사냥할 수 있다. 2018년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박물관에서 촬영
 

그런 개에게는 사람 이외 다른 동물도 무리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콜리나 셰퍼드 같이 가축을 지키는 것을 업무로 여기는 목양견(牧羊犬)은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양이나 염소를 같은 무리에 속한 힘없는 구성원으로 여긴다. 그래서 곰이나 늑대 같은 포식자들이 그런 동물들을 노리고 접근하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축들을 보호하려 한다.

 

그런데 개가 생각하는 무리 구성원에는 염소나 양 같은 가축이 아닌 다른 동물도 포함될 수도 있다. 가령 같은 주인을 공유하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고양이가 포함될 수 있다.

 

어릴 때 키웠던 스피츠 강아지 빠루는 평소 고양이 나비에게 매일 같이 냥냥펀치를 맞았다. 물론 아프도록 때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증이 날만도 했다. 나비는 자신에게 아무 해코지도 않는 빠루를 마치 동네북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한 대 때리고 저 멀리 도망다니는 나비가 얄밉게 보였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빠루는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나비에게 봉변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빠루는 나비를 공격하기 위해 등장하는 다른 고양이를 보면 마치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었다. 순둥이였던 빠루에게 그런 무서운 면이 있었는지 의아하게 보이기도 했다.

 

다른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네 개는 진돗개였다. 빠루보다는 세 배 정도 덩치 큰 개였다. 하지만 그 집의 용맹스러운 진돗개도 말썽꾸러기 고등어태비 고양이를 당할 수 없었다. 빠루와 마찬가지로 매일 같이 냥냥펀치를 맞고 살았다. 그 고양이도 나비처럼 덩치 큰 진돗개를 툭 치고 달아나는 히트 앤드 런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어려서 봤던 것과 똑 같은 장면을 목도하고 말았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 집 고등어태비를 노리고 마당에 들어왔는데, 이를 본 진돗개가 마치 자신의 어린 동생이 당하는 것 같이 맹렬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고등어태비는 그 시간 놀랍게도 마당에 있던 진돗개의 집에 숨어 있었다. 데자뷰(deja vu)와 같은 장면이었다.

 

개와 고양이의 관계를 견묘지간(犬猫之間)이라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불편한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에 따라서는 자신과 함께 사는 고양이에 대해 가족처럼 여기고 보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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