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숨쉬지 않아요" 119 출동했더니 강아지

2022.11.09 10:53:2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재난 현장에서 새끼 고양이를 구조한 119 대원.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노트펫] 공항에서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해 보니 강아지였다는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연합뉴스는 9일 제주공항 근무자들을 주제로 하는 기획연재 다섯번째 기사로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아요"…출동했더니 강아지'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제주공항에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소방구조대를 다룬 것으로 각종 헤프닝과 함께 응급하지 않은 상황인 데도 소방구조대에 구조 요청을 하는 이들의 부족한 시민의식을 다루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강아지 응급 구조 요청 사례를 소개했다.

 

몇 해 전 제주공항 소방구조대에 다급한 구조 요청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주공항 국내선 도착장에 도착한 승객의 요청이었다.

 

승객은 공항에 도착하니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소방구조대는 이에 즉각 출동했는데 현장에서 본 아기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였다. 구조대원들은 인근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강아지를 인계하고 마무리했다.

 

연합뉴스는 "때에 따라 가족 구성원과 다름없이 소중한 동물일 수 있겠지만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공항 소방구조대원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과거 서울시의 소방안전소식지 아이러브119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린 적이 있다. 2017년 5월호에 '우리 애를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기고문이었다.

 

기고자가 모 소방서 관할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때 오피스텔 건물에서 '애기가 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기고자를 비롯해 구급대원 3명이 출동했다.

 

출동 중에도 신고자로부터 좀 더 신속히 출동해 달라는 독촉이 계속 들어왔고, 무전교신으로 전해들은 출동요원들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이에 교통신호는 물론 중앙선을 침범하고,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해서 겨우겨우 신고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도 생명이 위급한 1분1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이라 보고, 자동심장충격기와 들것 등 응급구조장비를 챙겨 신고자 집으로 헐레벌떡 이동했다. 다급하게 초인종을 눌렀고, 문 앞에서 울분을 토하는 신고자를 마주하게 됐다.

 

"좀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가 두 눈을 뜨고 말도 하고 있었는데.... 소방대원들이 늦게 출동하는 탓에 우리애가 죽었다." 이 신고자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우리 애를 당장 살려내라"라면서 구급대원들을 밀치고 다그치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구급대원들은 그때까지만해도 아이가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 아이가 아닌 강아지였다. 신고자가 안고 있던 죽은 반려견이 그 '아이'였던 것이다. 구급대원들은 신고자를 위해 신고자와 반려견을 구급차에 태우고 사이렌까지 울리며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신고자의 원성은 이어졌다. "당신네 구급대원들이 출동을 빨리했으며 우리 애가 이렇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구급반장이 나서 "반려견 일은 정말로 안되셨습니다. 위로를 드립니다."라고 거듭 위로와 사과를 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기고자 역시 "사람이 아닌 동물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이송한 것은 처음이라 황당하기도, 좀 허탈하기도 했다"고 출동 당시의 심정을 표현했다.

 

지난 2018년부터 순수 동물 구조는 119의 출동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명 구조라는 본연의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럼에도 119는 여전히 여건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 달려와 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개인 이익을 위해서 119 출동 요청을 삼가야 한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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