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쓰가 다른 시골의 고양이 화장실..."트럭 한 차분 모래 부었죠"

2022.11.09 16:09:4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도시와는 차원이 다른 시골의 고양이 화장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9일 인스타그램 안남고양이(@annam_meow)에 올라온 사진 몇 장. 시골집 한 켠에 모래가 쌓여있고, 그 위에서 볼일보는 고양이와 옆에서 뒹구는 고양이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집 안팎 곳곳에 쓰기 위해 쌓아둔 모래에 고양이가 볼일을 보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런데 이 모래는 그저 오롯이 고양이 화장실 용도로 트럭으로 날라다 부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진짜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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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들에게 모래는 아주 친숙합니다. 실내에서 먹고 자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쥔님들의 위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해서죠. 바로 고양이 모래입니다. 하지만 그 모래는 벤토나이트 모래라든지 두부 모래라든지 마트나 온라인에서 파는 합성 제품이죠. 천연 모래를 쓰기도 했다는데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모래에서 고양이가 용변을 보는 것을 보면서도 모래가 실내에 놔둔 그 모래와 같은 용도였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해졌습니다. 강가나 바닷가에서 보는 모래를 정말 화장실 용도로 쓰고 있으니까요. 

 

시판 중인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 고양이 집사에게 모래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사진 아로펫
 

어쩌다 집주인은 진짜 모래로 고양이 화장실을 꾸미게 됐을까요.

 

안남고양이는 일전에 전해드린 '밭일하다 기진맥진한 집사에 다가와 땀 식혀준 고양이' 안에 나오는 그 계정입니다. 지난 2019년 귀촌한 별나 씨가 주인행세하거나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의 일상을 전하고 있죠.

 

별나 씨에 따르면 천연 화장실 모래는 올 3월 실어왔습니다. 트럭 한 대분을 사서 집 한 켠에 붓고 경계석을 둘러 비에 휩쓸려 퍼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덮개만 없을 뿐입니다.

 

모래 날라와 붓던 날의 모습. 첫 이용객 미호.

 

서울에 살 때 고양이는 전혀 몰랐다는 별나 씨. 그런데 귀촌하고 보니 고양이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들 돌보는 재미에 빠질 무렵 간단치 않은 문제가 하나 발생했습니다.

 

고양이들이 인근 이웃 어르신들의 밭에 가서 볼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들이 포실포실한 흙을 좋아한다는데 꼭 어르신들이 씨 뿌린 밭에 가서 헤집고 볼일을 봤던 것이죠. 결국 이 문제로 사달이 났다고 합니다. "한 번은 길 건너 밭 주인이 쫓아오셔서 험한 말도 하시고...." 별나님의 설명입니다.

 

 

가끔은 놀이터 겸용~

 

어르신들 농사 망치는 것도 고양이들이 미움 받는것도 괴로웠던 별나 씨. 고육지책으로 방안을 궁리하다가 이렇게 모래를 가져다 화장실을 만들어 줬습니다. 모래를 붓던 날 미호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그 위에 볼일을 보는 것을 보면서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합니다.

 

화장실을 꾸민 지 9개월째 별나 씨 집을 드나드는 녀석들이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씩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모래를 가끔 뒤집어 주면 더 잘 사용해서 어쩌다 그렇게 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감자(?)도 종종 캐주고 있고요.

 

별나 씨는 "고양이들이 어르신 밭에 출입하는 횟수를 줄이는게 목표"라면서 고양이들의 정기적이면서도 잦은 사용을 당부했습니다. 시골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들을 보면 이웃들과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꽤 됩니다. 부디 이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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