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돌봄 논란 세미나 개최...'공존하려면 밥 주기 줄여야'

2023.02.15 13:07:05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사진=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캡처 (이하)

 

[노트펫] 최근 유튜버 '새덕후'가 올린 영상으로 시작된 '길고양이 돌봄'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환경연합의 주최로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한 심층 세미나'가 열렸다.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도심 속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길고양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세미나는 줌 화상회의로 개최됐으며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토론 및 발제자로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 김어진 유튜브 새덕후 운영자,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이 참석했다.

 

 

이번 논란은 유튜버 새덕후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줘서는 안 되며 개체수 조절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영상을 올리며 쟁점화됐다. 새덕후는 영상에서 길고양이에 의해 야생동물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고, 현재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TNR은 효과가 미비하다며 대안으로 길고양이 입양을 제시했다.

 

생태적 공존과 평화를 위해 장기적 논의가 필요해

 

기조발제를 맡은 김산하 대표는 "동물과 인간의 만남이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동물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인간 사회 내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에 따라 생태적 공존과 평화를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와 포유동물의 사망률이 인간이 초래한 사망률와 자연 사망률을 제외하면 고양이에 의한 것이 가장 높다"며 연간 14~37억 마리의 새가 고양이에 의해 사망한다고 미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따라서 "고양이의 생태적 영향력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인도적 방식으로 길고양이의 밀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양이라는 존재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고양이는 문명 세계를 통해 지탱되고 있지만 영향은 자연에 미치고 있다"며 문명과 자연 양쪽 세계에 동시에 귀속되어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뛰어난 포식자이면서도 인간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 독특한 존재인 고양이에 매료되었다면 그들을 특별하게 대해야 한다"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 다양성 위기를 초래한 인간이 책임져야

 

반면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조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거시적 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이 고양이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지역에서는 1970년부터 30억 마리의 조류 개체가 순감소했으며 해안가, 숲, 초지 등 거의 모든 생태계에서 조류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가 사라지면 새는 잘 살 수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에서 포식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인간 중심의 도시 구조를 해체할 것이 아니라면 길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자연물이 인간이 초래한 생물 다양성 위기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 우수 지역에서는 길고양이도 침입 외래종에 준하는 관리 필요해

 

최태영 연구원은 "고양이는 야생에서 잡아와 길들인 것이 아니라 초기 농경문화가 시작됐을 때부터 인간 주거지나 창고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이라며 고양이가 처음부터 야생동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양이는 낮에는 귀여움을 받고 밤이 되면 생선을 훔치거나 쥐와 뱀을 사냥했다"며 고양이가 우리 곁에서 적응해 살아온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소포타미아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고양이는 습한 장마와 추위를 싫어해 한반도에서 인간 거주지를 멀리 벗어나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해외사례처럼 길고양이에 의한 광범위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침입 외래종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라도 같은 작은 섬이나 국립공원의 경우는 다르다며 생태 우수 지역에서는 침입 외래종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시와 농촌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도 도덕적, 윤리적 책임감으로 밥을 주다보니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닌가"라며 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야생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고양이 개체수 감소 위해 TNR만으론 부족

 

이번 논란의 촉발점이 된 유튜브 '새덕후'의 운영자 김어진 씨는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사람에 의해 과도하게 개체수가 늘어나서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토착화된 자생종인 야생동물로 인정한다면 더욱 먹이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며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효과적인 개체수 감소를 위해서는 전체 고양이 개체수의 최소 70%는 중성화가 되어야 한다"며 지난 15년간 서울시에서 진행되어온 TNR(중성화 후 방사)사업은 효과가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먹이 공급 중단, 입양, 반려동물 유기 방지와 더불어 안락사까지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뉴트리아, 베스, 까치, 고라니, 멧돼지는 안락사도 아닌 살처분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한다"며 "이 동물들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묵인하고 수용"하는 '종차별주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이종숙 대표는 "최근 중랑천에서도 길고양이 수와 고양이 밥그릇이 늘어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늘어난 고양이 사료가 들쥐, 너구리, 비둘기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몇 년 전 비둘기 모이 주기 금지가 처음엔 잘 안 되다가 차차 정착된 것처럼, 캠페인이나 홍보를 통해 고양이에게 먹이 주지 않는 것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먹이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김산하 대표는 "점진적으로 인공적인 먹이 주기를 감소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원칙이 없으면 극단적인 조치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인도적이라는 것은 기본 원칙을 확립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세미나가 동물권 단체나 길고양이 단체의 입장을 배제한 행사였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동시간대에 많은 분들을 모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여러 차례에 나누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길고양이 돌봄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전체 내용은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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