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덜 키우는 일본 펫업계 돌파구는
노년층에 '건강장수에 좋다'며 적극 홍보
미봉책 지적..양육두수 감소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김민정 일본 통신원] 일본 내 반려견 숫자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2008년 정점을 찍은 이후 본격적으로 줄더니 최근 들어서 3년새 무려 15%가 축소됐다.
우리나라도 일부에서는 조만간 분양 절벽이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일본 펫업계의 대응에서 얻을 교훈은 있을 것인가.
지난 5일 아사히신문이 만든 일본 반려동물 포털 시포의 편집인이 "고령자에게 장수를 구실로 '강아지를 팔고 싶은' 업계'라는 글을 게시했다. 감잡은 이들은 많으리라. 그래도 잠시만 참아보자.
일본펫푸드협회 통계상 일본의 개사육두수는 지난 2008년을 정점을 줄어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초 시작된 잃어버린 20년의 고난기 속에서도 크게 줄어들지 않다가 근래 들어 확연해졌다.
특히 지난 2011년 이후 3년째 기르는 개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 3년 동안 159만 마리 13.3%가 줄었다.
고양이가 이 자리를 치고 들어오고 있다. 고양이 숫자는 2008년 이후 정체를 보였지만 2011년 이후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는 개와 거의 차이가 없었고 업계에서는 올해 역전됐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요인에 대해서는 고양이가 관리에 덜 힘이 가고, 양육비용도 낮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육체적 요인도 무척 중요한 사안이다. 고양이가 더 선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일본 펫업계의 대응은 어떨까. 시포 편집인에 따르면 펫업계는 개가 노년의 건강에 매우 이롭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려견 감소를 만회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젊은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그간 키우지 않았던 노인들에까지 건강에 좋다면서 떠안기고 있는 꼴이다.
업계 모임에서는 '노인이 '나는 외롭기 때문에 개를 키우고 싶다'라고 하면 그것을 어떤 이라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조례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와 함께 일본 동물보호법 상 규정돼 있는 한 번 키우면 죽을 때까지 키워야 한다는 평생 사육의 의무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교배업자들을 지원해 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편집인은 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대량생산, 대량소비=사육두수 증가'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하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노년층이 기르던 반려동물의 처리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한편 세금을 투입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년층이 사망하고 남겨지는 반려동물들의 숫자는 무시못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편집인인 고령자가 개와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지원 체계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령자 자신도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사지 않고 한 번 버려졌던 보호개, 고양이를 '일시적 보살핌'하는 등의 선택을 검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권고다.
편집인의 권고가 딱히 대안이 될 것같지는 않아 보인다. 키울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데 억지로 떠안겨봐야 사회적 비용만 더 발생할 뿐이니. 일본의 펫업자라면 빨리 업종 전환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가구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인구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미비한 인프라로 인해 재양육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이들이 많고 사회는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화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분양절벽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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