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먹으려고 강아지 키우던 남성이 교도소 가자...남겨진 개들 돌본 동네 할머니들
2023.09.07 16:31:48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노트펫] 잡아먹으려고 강아지를 키우던 남성이 교도소에 가자 남겨진 개들을 돌본 할머니들의 사연이 화제를 끌고 있다.
사연은 고양시의 한 마을에서 시작됐다. 가족과 함께 푸들 한 마리를 키우며 지내던 제보자는 지난겨울 어머니로부터 소식을 하나 듣게 됐다.
"어머니를 포함해 동네 할머님 4~5분이 아침마다 운동을 다니시는데 '아기 강아지가 새로 왔다. 그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라며 할머님들이 혀를 차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보자에 따르면 할머니 일행은 동네 비닐하우스 길을 지나다니다 한 남자가 어디선가 젖도 안 뗀 강아지들을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컷 강아지 둘과 암컷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면서 교배시켜 새끼 빼려고 했다고 들었다"는 제보자. 결국 암컷 강아지는 임신하게 됐다.
이 남성은 평소에도 마을 주민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난폭한 성격에 술을 마시고 이웃들과 다툼도 잦았다. 심지어 개들을 데려와 학대하고 잡아먹어 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제보자가 언급한 장소의 예전 로드뷰 기록을 보면 또 다른 개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보자는 "발로 차고 손찌검은 당연하고, 고무호스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아이들에게 고압 분사로 물을 뿌렸다고 한다"며 "그러면서 자기가 잡아먹어야 하니 큰 상처를 내지는 않았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7월 말 아침 운동을 하던 할머니들은 강아지 세 마리가 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수소문한 결과 전 주인이 이웃 주민과 다툼이 생겨 망치로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해 구속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며 개들을 풀어 놓고 구속됐다는 전 주인. 이 상황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할머니들은 원래 있던 하우스집에 강아지들을 다시 데리고 가 매일 밥과 물을 챙겨줬다.
하지만 2~3일이 지나자 수컷강아지들이 사라졌다. 바로 전 주인과 함께 강아지들을 잡아먹던 지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끌고 간 것이다.
주인 없다길래 데려갔다며 손으로 먹는 시늉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에 할머니들은 매우 화가 났다. 그때 순이가 철망을 뚫고 할머니들한테 뛰어왔다.
제보자는 "할머니들이 따라오는 아저씨들한테 '얘도 잡아갈거냐? 얘 임신했다'며 소리 지르시자 '에이 그럼 재수 없지'라며 아저씨들이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할머니들 덕분에 목숨을 건진 강아지는 '순이'라는 이름으로 제보자의 집 뒷공간에서 지내게 됐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6남매 새끼들도 낳았다.
"구조하신 할머니 댁에도 노견이 있고 저희 집의 푸들도 만성 질환이 있어 스트레스에 민감해 순이를 밖에서 돌볼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제보자. 하지만 그마저도 빌라 주민들의 불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보자는 "시보호소도 알아봤지만 주인이 있던 애들은 포기각서가 있어야 시보호소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보호소에 가면 수용가능한 마릿수가 넘어 대부분 안락사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보자가 SNS와 인맥을 통해 아이들이 갈 곳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동물보호단체 노바이독을 통해 널리 사연이 알려졌고, 현재 세 마리 새끼들은 임보처가 정해진 상황이다.
"당시 할머님이 '우리 사고 쳤어'라며 순이를 덜컥 데려오셨을 때 솔직히 어쩌려고 저러시나 생각했다. 그런데 순이의 행동과 표정, 눈빛을 보면서 순이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는 제보자.
이어 "무엇보다 할머님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것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도 할머니들의 행동을 보고 용기 내 적극적으로 순이를 돕게 됐다고 말했다.
임신한 채 학대 받아온 몸으로 힘겹게 할머니들에게 뛰어왔던 순이. 아직도 고압 분사기로 학대받은 기억에 샤워기만 틀어도 패닉 상태에 빠지고, 화분에 물 주는 것만 봐도 두려움에 떤단다.
제보자는 "자기도 어린 강아지인데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찡했다"며 "일곱 마리 모두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집에서 신선한 밥 먹으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견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특히 순이는 나쁜 기억 다 잊고 평화롭고 느긋하게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순이와 세 마리 새끼 강아지는 긴급히 임시 보호처를 구하고 있다. 임보처를 구한 아이들마저도 단기 2개월 임시 보호라 다른 곳을 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임시 보호 및 입양 문의는 노바이독 인스타그램 프로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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