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는 싸구려 써도 린스는 욕심내라'

2015.12.15 16:38:24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반려동물 목욕 어떤 샴푸 쓸까

 

"털에 윤기가 도는 저희집 재거가 무슨 샴푸를 쓰는지 물어오면 차마 대답을 못하겠어요. (싸구려) 8000원짜리 쓰고 있거든요."

 

개나 고양이를 목욕시킬 때 사람용 샴푸가 아닌 전용 샴푸를 써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전용 샴푸를 쓰라고 했더니 비쌀수록 더 좋은 제품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황철용 교수와 그의 개 아프간하운드 재거. 

'샴푸보다는 린스와 컨디셔너에 더 신경을 써라'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 겸 동물병원 부원장의 권고다. 그는 국내 수의과대에 유일한 피부과 교수다.

 

전용 샴푸를 써야 하는 것은 개, 고양이와 사람 피부 사이의 산도(pH) 차이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의 피부 산도는 6.2~7.2(평균 6.6)로 중성에 가깝다. 사람 피부의 산도는 5.2~6.2로 개, 고양이보다 더 산성이다. 사람 샴푸를 쓸 경우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샴푸보다는 린스와 보습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까닭은 샴푸의 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샴푸는 보통 함유된 계면활성제를 통해 모발에 묻어 있는 때를 벗겨 내는 역할을 한다. 물과 잘 섞이며 음의 성질을 띠는 계면활성제가 모발에 묻어 있는 양의 성질을 가진 때와 결합한 뒤 물에 씻겨서 나오는 원리다.

 

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샴푸를 권장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때를 벗겨 내기 어렵다. 그래서 천연샴푸는 더 자주 씻겨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건강한 상태라면 적당한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싼 샴푸를 써도 된다.

 

샴푸 후에는 모발 곳곳에 음전하가 남아 있게 된다. 이는 모발이 뻣뻣해지고 정전기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린스와 보습제가 더 중요하다. 양전하를 띤 린스가 이를 중성화시키고 모발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마찬가지로 양전하를 띤 보습제는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서 한결 더 윤기 있게 만들어준다.

 

황 교수는 특히 "샴푸는 산도가 중요해서 전용 제품을 써야 하지만 린스와 컨디셔너는 사람용이나 동물용이나 공법이 동일하게 때문에 써도 된다"며 "고급제품이라면 사람용을 오히려 쓰는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약용 샴푸는 수의사와 상담 뒤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다. 약용 샴푸에도 외부기생충 구제샴푸, 항지루 샴푸, 항균 샴푸, 항진균 샴푸, 항소양 및 항염증 샴푸 등 다양한 약용 샴푸가 있다.

 

인터넷에서 어떤 제품이 효과가 있다거나 애견숍에서 권하는 약용 샴푸를 쓰기도 한다. 이는 보호자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처방까지 하는 셈이다. 맞지 않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쓰는 경우도 흔하다.

 

수의사라면 상태에 맞는 샴푸를 권해줄 수 있으며 또 그 샴푸를 썼는데도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맞는 샴푸를 다시 찾아줄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의사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 이 내용은 12일 황철용 서울대 수의과 피부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 서울대반려동물문화교실 '개와 고양이의 피부 바로알기'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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