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서 잠든 아빠 보호자 구하고 무지개다리 건넌 '겁쟁이' 강아지
2023.10.20 16:39:28 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노트펫] 평소 겁이 많아 침대 밑에 숨기 바빴던 강아지는 위기에 처한 아빠를 구하기 위해 큰 소리로 짖었다.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웨스트팜비치TV(WPTV)는 화재가 발생하자 잠든 아빠를 깨운 후 무지개다리를 건넌 충견 '릴로(Lilo)'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뉴포트 아이슬 인근에 사는 남성 마이클 드래뉴빌(Michael deLaneuville)은 간호사로, 연속적인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낮잠을 자러 집에 돌아왔다.
당시 그의 아내는 직장에, 아이들은 학교에 있어 집에는 가족의 반려견인 암컷 테리어 믹스견 릴로만 있었다. 마이클과 그의 아내는 8년 전, 첫딸이 태어나기 전 릴로를 입양해 함께해 왔다.
드래뉴빌에 따르면, 릴로는 유난히 겁이 많은 성격이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릴로는 폭풍이나 큰 소음이 나면 겁을 먹고 침대 밑으로 숨는 성향을 가졌다"고 말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깊은 잠이 든 드래뉴빌. 그런데 얼마쯤 지났을까, 평소가 다르게 시끄럽게 짖어대는 릴로의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집 안은 이미 연기로 가득 찬 상태였고, 방문을 열자 방 안으로 연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머릿속으로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드래뉴빌은 우선 릴로와 함께 집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녀석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릴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홀로 안방 욕실로 들어가 창문을 통해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릴로가 먼저 빠져나왔을까 봐 집 밖을 찾아봤지만, 릴로는 그곳에 없었다.
그는 "릴로가 바로 근처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집 밖으로 나오기 조금 전까지 분명 릴로를 봤고, 녀석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릴로는 소방관에 의해 침실 옷장 안에서 발견됐다. 드래뉴빌은 "내 생각에 릴로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겁쟁이' 릴로는 잠든 아빠를 깨우기 위해 용기를 내 큰소리로 짖은 뒤,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몸을 숨긴 것이었다.
릴로를 잃은 드래뉴빌은 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릴로를 잃은 것은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적어도 릴로가 발견된 상태와 연기로 짐작해 봤을 때, 녀석은 (불에 타지 않고)그냥 잠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릴로는 정말로 가장 친한 친구였고, 진정으로 내 목숨을 구해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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