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항생제로 죽어가는 반려견 살렸다”..美 개 호흡기 전염병 실마리?

2023.11.27 15:27:31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격리병실에 혼자 입원한 반려견 아이크. [출처: 고펀드미/ 존 올리버]

 

[노트펫] 미국에서 원인불명의 개 호흡기 전염병이 도는 가운데 견주가 죽어가는 반려견을 독성이 강한 항생제로 살렸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ABC7 지역방송에 따르면, 5살 골든 리트리버 반려견 ‘아이크’는 지난 9월 애견대회에 참가하려고 가던 길에 갑자기 아파서 쓰러졌다.

 

수의사는 처음에 아이크의 병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견주 베키 올리버는 “수의사들이 포기했고, (아이크도) 내려놓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산소호흡기를 차고 이동한 반려견 아이크. 상태가 정말 심각해서, 아이크도 잔뜩 겁을 먹었다.

 

제대로 치료도 하지 못하고 아이크의 입원이 길어지자, 부부는 아이크를 캘리포니아 주(州)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수많은 검사 끝에 드러난 병명은 원인불명의 개 호흡기 질환으로, 개 호흡기 복합 감염증으로도 불렸다.

 

남편 존 올리버는 “뮤리에타 시(市)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전원됐을 때, 아이크를 유리로 된 병실에 격리시켰다. 개들이 있는 병실에 들어갈 수 없었고, 아이크가 있는 병실에는 다른 개들이 전혀 없었다. 이 병이 얼마나 전염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에 걸리면 기침, 콧물, 재채기, 무기력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중보건부는 한 주도 안 되는 기간에 이미 보고된 발병사례만 10건이라고 밝혔다. 오리건 주 농무부는 지난 8월부터 200건 넘게 보고 받았다.

 

  아픈 중에도 해맑은 아이크.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크한테 독한 항생제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수의사 로스 번스틴 박사는 “지난주 내가 있던 동물병원 한 곳에서만 어린 개들의 병세가 점진적으로 악화돼서 안락사해야만 했던 경우가 3건이나 된다”고 언급했다.

 

부부가 인터넷에 아이크의 사연을 올리자, 누군가 독성이 강한 항생제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을 써보라고 조언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원인불명의 병이라서 낙담하던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클로람페니콜을 사용했다. 그러자 한 시간도 안 돼 아이크가 전보다 편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며칠 후에는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퇴원한 아이크.

 

아내는 “그것은 아주 아주 강한, 최후의 보루인 항생제다. 하지만 그게 아이크를 살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크는 여기 있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감사했다.

 

클로람페니콜은 세균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로, 유전 독성이 있어서 사용이 제한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동물한테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클로람페니콜을 매일 175㎎ 복용한 개는 식욕과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을 보인다. 매일 60㎎을 복용한 고양이는 위장관 증상을 보인다.

 

한편 번스틴 박사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 애견놀이터, 공원, 애견유치원, 애견미용실 등 많은 개들이 모인 장소를 피하라고 견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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