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강아지가 사랑의 전도사로'

2015.12.28 10:55:15    김서연 기자 mainlysy@inbnet.co.kr

삼성화재 안내견 기증식 가보니

보내는 아쉬움, 맞이하는 셀레임 교차

 

"너무 까불거려서 안내견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듬직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안내견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자리. 강아지 시절을 함께한 뒤 떠나 보내는 이들에게는 대견함이, 맞이들이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에의 기대감이 교차했다.

 

지난 23일 삼성화재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안내견 8마리의 기증식을 열었다.  

 

생후 7주째 일반 가정에 위탁된 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화 과정(퍼피워킹)을 거치고 다시 훈련소에서 6개월간의 과정을 통과한 안내견들이 이 자리에 섰다.

 

보내는 이들이나 맞이하는 이들 모두 감회가 남달랐다. 

 

파랑이의 자원봉사자가 감사장을 전달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안내견 태양이의 퍼키워킹을 맡았던 자원봉사자는 "오랜만에 아이를 보니 울컥하네요. 태양이가 저랑 함께 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날이 많았다"며 "구두 소리가 또각또각 나면 꼬리를 흔들고 뛰어다녔는데 예쁜 선생님과 짝이 돼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안내견 지성이의 자원봉사자는 "말썽꾸러기였던 지성이가 안내견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밝혀 참석한 이들을 웃음짓게 했다.

 

편지로 소감을 대신한 봉사자도 있었다.

 

지오의 자원봉사자는 "지오야, 그토록 원하던 삶을 살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미련 없이 훈련소로 꼬리를 치며 들어가던 널 보며 걱정하지 않았다"며 "너는 어디서나 축복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와 동반자가 된 형과도 잘 지낼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지오의 앞날의 축복했다. 

 

안내견을 보면 아직도 불쌍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희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파랑이의 자원봉사자는 "처음에는 안내견은 불쌍하니 많이 챙겨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지내다 보니 이들보다 행복한 견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안내견을 맞아 들이는 이들은 기대가 가득했다. 시각장애인 교사 김경민씨는 이번에 태양이를 새로 맞아 들였다. 이전까지는 미담이와 생활했으나 미담이가 은퇴하면서 새로운 안내견과 생활하고 있다. 

 

김 교사는 "미담이가 은퇴해서 상심이 컸던 차에 태양이가 와서 제게 기쁨이 됐다"며 "가족 중에 애교있는 사람이 없는데 분위기도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태양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퍼피워커분들이 주신 사랑, 그대로 다시 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성이 아빠라고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 채교준씨는 "시각장애인이 되고나서 안내견을 만나고 사랑을 주는 법을 알았다"며 "딸이 있어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걸 배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각장애인 뮤지션 이민석씨는 "고유와 함께 있어 빛이 난다"며 "안내견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유'와 동행하게된 파트너 이민석씨의 축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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