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올해의 10대 뉴스
2015.12.28 15:51:5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2015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설레임으로 시작했던 한 해가 아쉬움 속에 지나고 있다. 매해 그렇듯이 어느 분야나 조용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반려동물업계 역시 그랬다. 1000만 펫팸족 시대를 맞아 어느 해보다 주목을 끈 일들이 벌어졌다. 반려동물 포털 노트펫이 올해 펫팸족의 이목을 끈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대기업, 반려동물산업 진출 러시
반려동물산업의 성장은 대기업의 진출로도 이어졌다. 한국인삼공사가 지난 10월 홍삼 부산물로 만든 홍삼사료를 출시하고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기존 식품업체들의 사료 시장 진출도 줄을 이었다.
통신사들은 반려동물 서비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이 반려동물 페이지 페트윈을 런칭하는 한편으로 웨어러블 기기인 펫피트와 반려동물 전용 통신서비스인 티펫을 내놨다. LG유플러스도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인 스타워크과 펫스테이션을 올 하반기 내놨다.
삼성카드는 삼성카드 펫 페이지를 만들고, 펫팸족 잡기에 나섰다. 펫 페이지는 정보부터 쇼핑, 훈련 등 반려동물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했다.
국민카드 역시 반려애몰이라는 반려동물 관련 전용몰 운영에 들어갔다. 옥션은 반려동물 전용 모바일 숍을 오픈했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대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분야가 돼가고 있다.
◇넘쳐나는 펫박람회..지자체 테마파크붐
반려동물인구가 늘면서 전국 곳곳에서 펫박람회가 열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나선 것도 올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초봄과 늦은 가을 이렇게 두 차례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 박람회 케이펫페어는 매회때마다 업체수가 최대를 기록하고 박람회장은 관람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부산과 대구 등 지역 거점 박람회 역시 어느 해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올들어서는 특히 신규 박람회 개최가 줄을 이었다.
부천, 세종, 춘천 등 지방도시는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양천구 등 구에서 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동물병원협회는 매해 주최해온 수의사 대상 학회에 보호자 대상 교육프로그램까지 포함한 반려동물건강의료박람회를 개최해 보호자들을 품으려 하기도 했다. 박람회가 넘쳐나다보니 행사 직전에 취소되는 박람회도 있었다.
지방자체단체들 역시 테마파크 건립을 속속 발표, 반려동물산업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올해초 수원에 애견운동장을 오픈한 경기도는 여주에 12만평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짓기로 확정했다. 2018년 완공 목표다.
강원도 춘천시는 올초 동물과사람(대표 이필현)과 애견체험박물관 건립에 관한 협약식을 가졌다. 춘천시 남산면에 들어서는 애견체험박물관은 조만간 착공식을 갖는다. 대전시가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고, 울산 역시 반려동물 문화센터 건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강아지 길들이기, '긍정강화훈련' 대세로
키우는 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수의업계와 훈련업계에서는 관계 설정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과 개가 주종 관계라는데 큰 이견이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리더인 사람을 따르는 무리의 구성원을 보는 시각과 함께 사람과 개를 동격으로 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행동학적 연구가 진전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관계설정에서는 다소 차이가 지더라도 긍정강화 혹은 양성강화교육이 효과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즉, 칭찬을 통해 사람이 원하려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훈련은 강압적 이미지가 강했고, 그래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박종화 동물과사람 기술고문은 "가르침은 야단이 아니라 칭찬"이라며 "특정 행동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어야 다음에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내장칩 논란
마이크로칩 내장방식으로 동물등록방식을 일원화하려던 정부의 방침이 유보됐다.
정부는 지난해말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다시 수립하면서 동물등록방식 변경을 추진했다. 내장칩, 목걸이 등 3가지 중에서 택할 수 있는 것을 내장칩만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이 방침은 유보됐다.
내장칩 방식은 실종동물이나 유기동물 발생시 유실 위험이 없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등록방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몸안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과거 내장칩을 시술했다가 사고가 발생한 탓에 민감하다.
동물등록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내장칩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 해 8만 마리 안팎인 유기동물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를 찾는 것이 필수, 이 문제에는 내장칩 방식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다.
◇연예인 반려동물 인증샷 대유행
산체와 벌이는 올해 TV 예능프로그램이 탄생시킨 대표적인 반려동물 스타다.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연예인은 생활이 규칙적이지 않고, 자신의 어려움을 속편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 반려동물은 위안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존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인증샷을 게시하는 연예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배우 윤계상과 이하늬 커플은 희귀종 꼬통 드 튈레아르 '감사'와 '해요' 사진으로 팬들을 유쾌하게 했다. 소녀시대는 멤버들 거의 전부가 개 혹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SNS를 통해 팬들과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다. 톱스타 송혜교 역시 비숑프리제 분홍이에 대한 사랑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장나라, 홍수아 등은 반려동물 사진을 통해 동물보호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 호감을 샀다.
◇법원 안전사고낸 개 주인에 잇단 벌금형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이웃 주민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만큼 공존하기 위한 매너가 중요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탓인지 법정 사건으로까지 비화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 안타깝게 했다.
특히 개를 산책시키거나 밖에 뒀을때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일상사가 됐다. 지난 7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 산책하던 개가 이웃 주민에 달려 들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견주에 3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을 키울 자유 혹은 권리 못지 않게 그렇지 않은 이웃을 배려하는 것에도 엄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외출시 기본인 목줄과 배변봉투만 지참하더라도 이런 사고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물병원, 대형화와 전문화 갈림길
올해 수의업계 특히 동물병원은 대형화와 전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몇년새 진행돼 오던 것에 속도가 붙었다.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수의사 공급과잉 속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반포에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가 문을 열었다. 건물 450평에 진료실 7개, 수술실 3개 등을 갖췄고 24시간 진료도 기본이다. 반포 헬릭스 개원으로 동물병원 규모 순위도 바뀌었다. 헬릭스는 대형화 흐름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들어 수의사 여러 명이 한데 뭉쳐 대형 병원을 내는 것이 유행이다. 1인 동물병원 만으로는 기존 동물병원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규모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경력이 많지 않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과별 진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문병원을 내세우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피부과와 치과 전문동물병원이 생겼고 타 분야에서도 이런 시도들이 나타났다.
◇용인 캣맘 사망..길고양이 갈등
10월8일 오후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18층짜리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이 아파트 50대 박모씨(여)가 상층부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 초등학교 4학년이 낙하실험을 이유로 그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잠재해 있던 길고양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측과 그간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이들 사이에 갈등이 그 민낯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다행스런 것은 이 사건 이후 캣맘들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다소간 누그러지고 또 아스팔트 위에서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태도도 개선됐다는 점일 듯싶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길고양이 학대 행위 방지에 나섰고, 또 공존을 위해 그간 해왔던 중성화(TNR)정책에 좀 더 힘을 싣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에서는 시내 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도 만들어졌다.
◇끊이지 않는 학대..막걸리개부터 생매장 말티즈까지
유난히 동물학대 사건이 눈길을 끈 한 해였다. 눈높이가 높아지면 이런 사건이 더욱 주목을 끈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지만 동물보호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확인한 한 해였다.
지난 7월 포털의 게시판에 '강아지 막걸리녀'라는 고발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여성이 반려견을 일주일간 굶긴 뒤 막걸리를 마시게한 후 인증샷을 찍어 올린 SNS를 퍼나른 것이었다. 먹으면 안되는 막걸리(주류가 그렇다)를 마신 개가 고통 속에 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개주인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8월초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말티즈가 생매장 당한 채로 발견돼 깜짝 놀라게 했다. 다른 집에 맡겨둔 사이 거리를 배회하다 다친 것을 119구조대원들이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묻어준 사건이었다. 헤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동물학대가 만연해 있다는 인식이 강한 현실을 또 하나의 동물학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일산에서는 자신의 개를 자전거 뒤에 묶어 끌고 다니다 상처를 낸 사건이 공분을 샀고, 나무 가지에 몸을 관통당한 고양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경우라도 이런 학대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반려동물 관련법안 국회 표류
지난 7월 국회의원 39명으로 구성된 동물복지국회포럼이 발족했다. 이때까지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동물 관련법안은 58건 중 12건으로 약 21%의 통과율을 보였다. 다른 법안들에 비해 통과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동물학대사건은 막상 발생했을때는 그 어떤 이슈보다도 높은 관심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흐지부지되곤 한다. 이런 점이 법안 통과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솔직히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물 관련 법안까지 신경써야 하나하는 기류도 없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았지만 이후에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을 제외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법제정이 뒤로 밀릴수록 지금껏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던 각종 동물 관련 사건사고를 다시금 접해야 하는 상황은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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