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혼자 쫄래쫄래 내려온 새끼 강아지..'댕줍부터 입양 엔딩'
2024.05.10 16:23:27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노트펫] 캠핑장 옆 산에서 홀연듯 나타난 새끼 강아지가 구조된 사연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때는 지난 2월, 혜민 씨는 가족들과 함께 장기 텐트장을 이용 중이었다. 이 캠핑장에는 애견 놀이터도 있어 반려견 '로만이'도 함께 했는데.
그런데 캠핑장 영내를 돌아다니던 중 로만이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 짖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3개월도 안 된 듯한 작은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음푹패인 언덕 아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떠돌이 개도 아닌 것 같아 보였고, 아기 강아지가 산에서 혼자 내려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혜민 씨.
주변에 어미 개의 흔적도 없었고 겁을 먹은 듯 우왕좌왕하고 있는 녀석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는데.
게다가 당시 바깥 날씨가 제법 추워 이대로라면 강아지가 하루도 더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로만이가 낯선 어린 강아지들을 안 좋아해서 혜민 씨 텐트에 강아지를 들일 순 없는 상황. 다행히 캠핑장 사장님이 강아지를 위해 따뜻한 실내 공간을 마련해줬단다.
혜민 씨는 본지와 연락에서 "강아지가 애견 운동장 뒷산에서 내려왔는데, 이 산은 사유지이기도 하고 원래 사람이 지나다니는 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캠핑장 사장님에 따르면 애견 운동장을 청소하던 중 산에서 남자 2~3명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강아지가 내려온 것을 보니 누군가 산에 유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혜민 씨는 고민이 생겼다. 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될 것 같았고, 그렇다고 직접 보호하자니 로만이가 강아지와 같이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때 지인이 일하고 있는 동물구조단체가 떠올랐다. "제가 덜컥 개인 구조를 했다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단체를 통해 구조하기로 했다. 저는 제보자이자 임보자의 신분으로 잠시 강아지를 데리고 있게 됐다"는 혜민 씨.
강아지에게는 '로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로버는 쾌활하고 친화력도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들이대는 강아지를 싫어하는 성격의 로만이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고.
다행히 로만이의 절친 강아지 '루이'네 집에서 로버를 임보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로버는 이틀간 로만이네 집에서 지내고, 루이네 집에서 남은 임보 기간을 보내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터라 그 뒤로도 종종 로만이와 로버는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예민한 로만이도 나름 로버를 최초로 발견한 책임감이 들었는지, 철없는 로버의 행동을 참아주고 엄하게 교육도 시키는 모습이 훈훈한 미소를 자아낸다.
이 사연은 혜민 씨가 4월 8일과 지난 7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영상을 올리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좋은 곳으로 가서 다행이네요" "왜인지 참 뭉클하네" "심기가 불편한 듯 보이지만 츤데레인 로만이..."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로버에게 평생 가족이 생겼다. 바로 임시 보호를 해주던 루이 보호자가 단체의 입양심사를 거쳐 정식으로 입양한 것.
혜민 씨는 "정말 '굴러들어 온' 아기라 특별히 애틋한 마음이 든다. 로만이랑 잘 지냈다면 입양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좋은 집으로 가서 너무 다행이고, 친한 지인 집이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로버야, 우리 집에 있을 때 로만이 신경 쓰느라 잘 못 해줘서 미안해. 내 눈에 띄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건강하기만 하렴"이라며 애정 가득한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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