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범벅 눈물자국..약 함부로 쓰면 안돼요
사랑이는 이름처럼 무한 애정을 받는 1살 말티즈다. 보호자는 지극정성으로 사랑이를 돌보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거르지 않는 것이 세수를 시키는 것이다. 사랑이 보호자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세수를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의 지인 중 흰색 푸들을 키우는 분이 있는데 그 개를 처음 봤을 때 얼굴에 피가 묻은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핏자국의 정체가 눈물자국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혹시라도 나중에 흰색 개는 키우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눈처럼 하얀 사랑이를 입양할 때 가장 큰 걱정이 눈물자국이었다고 한다.
눈물자국(눈물착색증후군, tear staining syndrome)은 눈 주위 털이 착색된 현상을 말하는데 밝은색 털의 개와 눌린 얼굴을 가진 단두종 고양이에서 흔히 관찰된다.
눈물자국의 원인은 유루증에 있다. 유루증(epiphora)이란 눈물이 넘쳐 흘러서 눈밑이 젖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눈물에는 빛에 반응하는 물질인 포르피린(porphyrins)이 들어 장시간 피모가 젖어 있을 경우 눈 주위를 붉게 물들일 수 있다. 또한 눈, 피부와 털에 상재하는 세균(normal flora)과 반응하면 털의 착색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유루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눈물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로, 눈물샘의 염증, 각막궤양, 포도막염 등의 안구질환, 이물질에 의한 자극, 비정상적인 눈꺼풀의 모양이나 비정상적인 속눈썹의 위치와 방향, 알러지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다음으로 배출 경로 이상인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경우 눈물은 눈꺼풀 점막에 위치한 눈물점으로 나가 비강과 연결된 비루관을 통해 배출된다. 그런데 눈물점이나 비루관이 폐쇄되어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눈물은 흘러 넘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배출 경로 이상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나 염증이나 이물 등에 의해 2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눈물자국의 원인이 되는 유루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약물이나 세정제, 식이요법 등을 시도하기 전에 검사를 통해 유루증의 정확한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천연성분이라고 광고하는 눈물자국 제거약을 장기 복용한 개에서 간수치가 상승한 사례가 많이 있으며, 눈 주위를 닦아내는 세정제로 안구세정을 해서 각막에 손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분별한 제품 사용보다 눈곱, 먼지, 털 등 눈의 이물질을 생리식염수 등으로 자주 제거해주고 피모가 눈물로 장시간 젖어있지 않게 기본적인 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좋겠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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