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주도 와서 만났던 방치견..'이제 평생 가족 찾아주고 싶어'

2024.12.11 15:53:00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사진제공=A씨 (이하)

 

[노트펫] 힘든 상황에 처한 동물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도, 현실적으로 모든 유기견, 방치견을 도와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누군가는 마음 속에 짐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A씨는 2년 전 제주도에 이사 오면서 공터에 묶여 있는 개들을 발견했다. 개들은 짧은 목줄에 메인 채 음식물 쓰레기가 말라붙은 그릇 옆에 배설물과 함께 방치되고 있었다.

 

 

방치된 개들은 출산을 하고, 차에 치여 죽거나 누군가 달라는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하나둘 사라졌다. 결국 모견 '빵이'와 '포이', '봄이'만 남았고, 그동안 개들에게 먹을 걸 챙겨주던 A씨가 포이와 봄이를 구조해 입양 보냈다.

 

하지만 빵이는 끝까지 주인이 포기하지 않아 중성화 수술이나 구조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작년 9월 또 다른 새끼 두 마리를 낳은 빵이의 모습이 A씨가 본 마지막이었다.

 

 

빵이는 그렇게 A씨의 마음 한 켠의 짐으로 남았는데. 그런데 올해 설날, 남아 있는 새끼 강아지에게라도 사료를 주려고 주인을 만나러 갔다가 마당 안쪽에 있는 빵이를 발견했다.

 

그 뒤로 주인 아들을 만나 허락을 받고 종종 빵이를 챙겨줬는데. 지난 7월 주인이 이사 가면서 새끼는 누군가 데려가고 빵이만 빈 집에 남겨졌다.

 

주인 아들은 '종종 찾아와 밥을 주면서 챙겨줄 생각이라며 데리고 가려면 데리고 가라'고 말했단다. 마침내 빵이가 새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병원 검진을 받아보니 빵이는 심장 사상충 중기였다. 다행히 임보처로 이동해 치료를 잘 마친 상태이며, 내년 2월 중순 완치 판정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라라'라는 새 이름도 생겼다.

 

라라는 묶여 있는 동안 다른 개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던 것인지, 처음에는 다른 개들을 보기만 해도 으르렁거리곤 했다는데.

 

낯선 개들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워서 경계 신호를 보냈던 것이라고. 지금은 전처럼 경계하지 않고, 새 강아지 친구도 생겼단다.

 

 

A씨는 "이렇게 몇 달 사이에 달라진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안정적인 곳에서 가족과 유대감을 쌓으며 지낸다면 더 훌륭한 강아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밖에서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산책도 잘하고, 얌전하면서도 사람에게 애정 표현도 많이 한다는 라라. 고양이와도 잘 지내고 집에서 가구나 물건을 망가뜨린 적도 없단다.

 

 

안타깝게도 지난 9일 입양을 전제로 한 임시 보호가 무산되면서 18일 이후로 지낼 새 임보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A씨는 "임보처를 구하고 1월 중순까지 국내에서 가족을 찾아본 뒤, 이후에는 위탁 훈련소에서 해외 입양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라라는 곰돌이 인형처럼 포근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라며 "어느 가정으로 가도 잘 적응하고, 가족들을 더 행복하게 해 주는 일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라라는 암컷 믹스견(리트리버, 진도, 보더콜리 등 믹스 추정)이며 중성화가 완료된 상태다. 나이는 2살 추정이다. 임시 보호 및 입양은 인스타그램 계정(@lucky_vicky_lala) DM으로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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