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견주, 어이없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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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주말. 큰 아들은 자기 방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같이 산책이나 나가자고 했지만 자기는 책을 보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 있으라고 말하고 작은 아들만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로 나왔다.

 

아이는 놀이터 근처에서 어린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그러던 중 미니어처핀셔 한 마리와 닥스훈트 한 마리가 주인과 함께 나타났다. 견주(犬主)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었다.

 

주인과 함께 이미 몇 번 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이 개들은 평소에는 목줄을 하고 다녀서 주인의 통제에 잘 따랐다.

 

견주는 자신의 개들의 유순함을 너무 믿었던 것 같았다. 놀이터에서 닥스훈트의 목줄을 풀고 자신의 개에게 통제되지 않는 자유를 줘버렸다. 아마 속으로 '설마 사고를 치겠느냐.'라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당시 놀이터에는 10여 명 내외의 미취학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거나,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목줄이 풀린 닥스훈트는 갑자기 아이들에게 돌격하면서 엄청난 성량으로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혼비백산하고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원래 닥스훈트는 작은 체격에 비해 성량이 풍부한 활동적인 사냥개로 소문이 나있다. 그런 사냥 본능을 가진 닥스훈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원초적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닥스훈트는 아이들이 도망을 치고,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 더 흥분하였다. 더욱 맹렬하게 아이들을 뒤쫓기 시작하였다. 제일 작은 여자 아이를 타겟으로 삼는 것 같았다.

 

그 아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려 했다. 필자는 그 짧은 순간에 아이들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닥스훈트를 말리기 위해 소리를 크게 지르고 그 쪽으로 뛰어갔다.

 

바로 그 순간 놀이터 근처에 있는 아파트 평상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보고 있던 엄마들이 빛의 속도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모성애는 위대하였고 그 힘은 무서웠다.

 

엄마들은 고함을 치면서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였던 닥스훈트에게 덤벼들었다. 엄마들은 자신이 개에게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직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오로지 맨주먹 만으로 사나운 개를 물리쳤다.

 

일이 일단락되고 나서 견주는 문제의 닥스훈트에게로 와서 개를 데리고 갔다. 다행히 닥스훈트에게 물린 아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낯선 개는 매우 무섭고 위험한 동물'이라는 트라우마를 심고도 남을만한 사건이었다.

 

아이들의 엄마들은 닥스훈트 견주에게 "어린이놀이터에서 개를 풀면 어떻게 하냐?"면서 격렬하게 따졌다. 견주는 "우리 개는 원래 안 물어요."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변명은 잘못된 것이다. 낯선 사람 특히 체격이 작은 어린 아이들을 물 수 없는 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놀이터에 미취학 아동이 있을 때는 작은 치와와나 요크셔테리어도 아이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특히 그 중에서 아이들이 많은 어린이놀이터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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