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반려동물 질병과 죽음에 대해 준비는?-한국리서치 기획조사(2)

2026.05.31 09:33:09    이훈 에디터 기자 hoon@inbnet.co.kr

[노트펫] [한국리서치-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연구실 기획조사] 반려동물 양육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 5명 중 1명(21.3%)은 상실의 슬픔이나 애도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반려동물의 죽음이 여전히 “소외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의 형태로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의 85.0%는 죽음 이후 감정이나 정신적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건강이나 질병·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79.1%), 남겨진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68.7%) 등 광범위한 인식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 중 47.4%가 비용을 지불하고 장례 서비스(화장, 봉안당 등)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전체 응답자 기준 70.2%가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사후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가올 반려동물 질병과 죽음에 대해 준비하기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노화와 함께 다가올 노령성 질병, 임종, 장례 등과 관련하여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6.3%는 병원 데리고 가기, 대소변 처리, 약먹이기와 같은 간병을 위한 활동과 시간 마련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비, 수술비, 약값 등 금전적 부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1%이다. 반면, 이러한 실질적인 생애말기 돌봄 준비에 비해 질병이나 죽음과 관련한 정서적 대비(46.9%)는 상대적으로 더 낮다.

 

 

동물의 생애말기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 이른바 ‘예상되는 슬픔(anticipatory grief)’ 은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앞두고 미리 겪는 슬픔과 심리적 고통을 뜻한다. 말기 질환이나 임종 상황에서 경험하는 상실 전 슬픔이나 동물에 대한 안쓰러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우울, 분노,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포함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인간-동물 상호작용과 수의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로리 코간 박사의 연구팀은 2022년 노령견 보호자들의 돌봄 경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 했다. 해당 연구는 노령견 돌봄 과정에서 ‘예상되는 슬픔’의 맥락 속 걱정과 염려가 커질수록, 만족감, 삶(돌봄)의 목적 의식, 그리고 평온함과 행복의 순간 역시 함께 커지는 역설적인 경향을 포착한다. 나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이 오직 고난과 고통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유대감을 쌓고, 긍정적이며 보람 있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과정일 수 있다. 죽음이라는 결과보다 아직 지속되고 있는 삶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시간에 대해 감사하고 그동안의 유대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내는 법을 배우다 – 상실, 애도, 관계의 끝맺음
  공감과 이해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 상실의 슬픔

 

반려동물의 죽음은 개인의 삶에서 처음 겪는 죽음일 수 있고, 가까운 친족이나 지인의 죽음과는 다른 종류의 슬픔과 상실의 경험일 수 있다. 이 죽음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겪는 상실이 아니다. 이에 사회적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마음껏 슬퍼할 수 조차 없는 “소외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의 형태로 혼자 감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1.3%는 동물의 상실에 대한 슬픔이나 애도의 과정에서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료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상실의 슬픔 그 자체도 크지만, 슬픔과 애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곧 함께한 삶과 관계의 의미 역시 인정되지 않음을 뜻하기에 더 큰 감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부 보호자는 동물의 죽음 이후 극심한 슬픔과 우울감, 무력감으로 일상을 영위하기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칭하는데, 임상 증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정상적인 슬픔과 애도의 과정이 종종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펫로스 증후군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동물의 죽음 이후 충분히 슬퍼하며 추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임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응답자의 85.0%는 죽음 이후 슬픔이나 죄책감 등으로 인해 감정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건강이나 질병,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응답 역시 79.1%로 높다. 한편, 남겨진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 등 다른 동물과의 관계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8.7%이다. 이는 동물 죽음 이후 새로운 반려동물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려동물 죽음은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 우리는 이전 보다 동물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고통과 한계를 이해하는 동반자로 성숙해 진다.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의 경험은 반려 관계의 의미있는 끝맺음을 위한 과정

 

일리노이 대학의 제인 데스몬드 교수는 반려동물 장례와 애도의 수행에서 드러나는 슬픔의 공공성(the publicness of the grief)을, 인간과 동물 사이 반려 관계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발현되고 인정받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설명 한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기리는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화장, 납골당 등의 반려동물 장례와 추모 방식이 사회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본 설문의 응답자 중 47.4%는 비용을 지불하고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화장, 봉안당 등)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70.2%는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규범적인 동물 장례 문화가 형성되고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이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띄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례와 추모는 단지 죽음을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삶과 관계의 무게를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경험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상실의 경험이다. 이에 보호자마다 반려동물의 “좋은 죽음”에 대한 기준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방식도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임종 과정과 죽음이 보호자가 자신의 삶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전환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기존에 갖고 있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인식,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앞으로의 인간-동물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만남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존재는 함께 했던 이들에게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특히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더욱 깊고 오래 남는다.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의 경험은 단순히 ‘펫로스’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개인적 슬픔만이 아니다. 함께 나눈 시간의 의미를 확인하고, 더 나은 끝맺음을 위해 감정적, 물리적, 심리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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