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를 잃은 아이들의 슬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에게는 방학만 되면 부모와 함께 여행 다녀오기라는 숙제가 있다. 그 숙제 덕분에 우리 가족은 부산, 경주, 전주, 인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오곤 한다.

 

어쩌면 아이들의 숙제가 아빠, 엄마들에게 약간의 부담은 되지만, 즐거운 추억은 남겨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벌써부터 내년 여름에는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야할 지 고민이다.

 

몇 년 전 아이들 겨울방학 숙제를 위한 여행 후보지는 전라북도였다. 전주-익산-정읍을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게 기본적인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읍에 가기 전에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사료를 먹고 있는 진돗개 평화. 

 

바로 진돗개 평화였다. 평화는 정읍의 한우 농장을 지키던 든든한 수컷이었다. 아이들은 2011년 겨울 그 농장을 다녀온 후 용맹한 평화의 모습에 빠져 얼마 전까지 아파트에서 진돗개를 키울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자고 보채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예쁘다고 칭찬하던 평화는 정확히 1년 전 다른 목장에서 뿌려놓은 쥐약을 잘못 먹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평화의 죽음을 비밀로 했던 나는 여행 출반 직전 아이들에게 마침내 평화의 죽음에 대해 말했다. “다른 한우 농장에서 자꾸 사료를 손대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평화가 먹고 죽었다.”아이들은 평화의 죽음을 믿지 못했다.

 

평화와 함께 농장에서 살았던 골든리트리버 먼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큰 아들이 말했다. “정읍에 가지 말아요.”당황한 나는 아이들에게 “정읍에 가서 소도 보고 개도 본다고 하지 않았니? 그 집에는 아직도 먼지(골든 리트리버), 삐삐(잡종), 무명(잡종)과 같은 큰 개들이 있단다.”

 

하지만 큰 아들의 대답은 단호하였다. “진돗개 평화가 없잖아요. 그 멋진 진돗개 평화가 없잖아요.”아이의 말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왕방울만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참고로 큰 아들의 눈은 정말 크다. 동생보다 거의 두 배만한 크기의 눈을 가지고 있다.

 

결국 평화의 죽음 공개는 우리 가족 여행 일정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주-익산-정읍이라는 여행 코스가 전주-익산 코스로 변경되었다. 오랜만에 정읍 농장에 가서 은퇴하신 교수님도 뵙고, 인사를 드리려 했지만 아이들의 깊은 슬픔 때문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은 진정 진돗개 백구 평화를 사랑했던 것 같다. 2009년생 평화 불과 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밖에 살지 못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별이 되어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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