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는때

4살 수컷 시츄 마루가 겨우내 몸이 부쩍 무거워졌다. 남자 녀석인데 임신했을 리는 만무하고.

 

3개월 간 750그램 정도 몸이 불어 5킬로그램을 넘겼다. 따뜻해진 날씨에 미용을 시키고 보니 3만원이면 됐던 미용료도 3만5000원을 달랜다. 살이 찐 덕분이었다.

 

미용 후 마루의 몸에 전에 없던 발진들이 발견됐다. 이 어인 피부질환인지. 애견숍 미용사가 병원에 가보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마루를 작년 늦가을 무렵의 건강하고 날씬했던 마루로 되돌리기 위해 한동안 부산을 떨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음식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개를 키우는 동료들에게 다이어트 사료를 문의해서 여기저기 파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고, 막내 여직원을 통해 피부병에 좋다는 스프레이(의약외품)도 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와이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동물병원비가 비싸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터다. 수백씩 나온다면 그때는 감당 못한다고 했던 와이프였다. 물론 아이들이 들으면 난리날 말이다. 게다가 수의사들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그런 와이프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니 불쌍하다면서 침대에서 자도록 허용해 주질 않나, 일주일에 2, 3차례 시키던 목욕이 혹 문제가 아니었는지 고민해 보질 않나(와이프는 위생 관념이 강한 편이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조언을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의사들을 대하는 태도다.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지만 그래도 별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두말없이 동물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전의 결연했던 말들과는 달리 얼마가 들더라도 내겠다는 태도다.

 

마루의 피부병이 큰 일 없이 완치될 것이라 믿는다. 동물병원에 가야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일 수 있지만 와이프의 진한 마루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중이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