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표범이 야생서 새끼를 낳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조선시대 당시 우리나라는 호랑이와 표범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깊은 산속을 지나갈 때엔 대낮에도 장정들이 맹수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 올라가야만 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호랑이나 표범에게 잡아먹힌 호식(虎食)에 대한 전설도 많았다.

 

물론 호환(虎患), 호식에 대한 얘기 중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과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에 대한 전설, 설화가 다수 전해지고 있고,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돌무덤인 호식총(虎食塚)이 아직도 상당수 존재함을 감안하면 한반도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랑이, 표범, 사자, 재규어는 고양잇과-표범속에 속하는 빅캣(Big Cat)들이다. 이 빅 캣들은 속까지는 같지만 종부터는 서로 갈라지므로 이종동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종동물들도 서로 교배를 하여 새끼를 출산할 수 있다. 이는 야생이 아닌 일부 동물원 관계자들의 호기심 차원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1917년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라는 일본인이 기록한 조선 호랑이 사냥 기록 '정호기'(출판사: 에이도스)에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매우 독특한 맹수가 등장한다. 그 맹수는 호랑이, 표범, 곰, 늑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수호(水虎)라는 맹수다. 수호가 잡힌 지점은 지금 지명으로 따지면 전라남도 화순군이며, 당시 이 맹수를 잡은 포수는 일본인 곤도 고이치였다고 한다.



낯선 맹수 수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물 수(水)자와 호랑이 호(虎)자가 합쳐진 것처럼 물가에 사는 호랑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호기에 기록된 수호는 호랑이와 표범의 혼혈동물이다.

 

 

 

그러면 동물원에서나 나올 법한 하이브리드 맹수 수호는 어떻게 야생에서 태어날 수 있었을까? 호랑이 사냥꾼이 활개를 치던 1917년 당시 조선 호랑이 숫자와 표범 숫자를 살펴보면 추측이 가능할 것 같다.

 

일제강점기 초반 당시 조선의 산에는 호랑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표범은 호랑이와 달리 제법 많이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해수구제정책을 통해 잡은 표범 숫자를 보면 1915년에서 1924년까지 조선에서 사살된 호랑이는 89 마리, 표범은 521 마리로 호랑이보다 표범이 훨씬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당시 통계에 잡히지 않은 호랑이, 표범 사냥도 있었을 것이며, 1917~18년은 통계가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호랑이와 표범이 조선에서 살았고, 사냥꾼의 손에 의해 사냥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초반 조선에서 호랑이는 매우 보기 드문 존재였고, 표범은 비교적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호랑이의 숫자가 적으면 암수 호랑이끼리의 짝짓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사냥꾼들의 총에 쓰러진 전남 천태산의 수호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고려하면 수컷 호랑이와 암컷 표범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동물로 추정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야생동물 암컷들이 자기 새끼의 아빠가 될 수컷을 고를 때, 강력한 힘을 가진 수컷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컷을 바라보는 암컷들의 이러한 경향은 자신의 새끼가 다른 개체들보다 강한 능력을 가져야만, 야생에서 끝까지 생존하고 다음 세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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