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장에 나타난 개장수

여러 해 전의 일이다. 필자가 참석한 한 워크숍에서 강사로 나선 영화감독으로부터 ‘영화제작 과정을 통해서 본 경영관리’란 특강을 듣게 됐다. 강의 내용이 신선하고 좋았다. 여운도 남고해서, 만남을 청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영화 와 , 등을 만든 윤인호 감독이다.

 

당시 윤 감독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촬영현장의 몇몇 에피소드도 듣게 됐다. 그날 윤 감독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지금 영화촬영은 과거와 달리 동시녹음입니다. 그런데 개들이 많은 동네에서 촬영할 때,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떼창을 합니다. 그러면 촬영을 진행할 수 가 없습니다. 그럴 때, 개들의 떼창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영화인이 아니라면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동시녹음이라고 하면 영상과 배우들의 대사를 동시에 담아내는 것인데, 개 짖는 소리가 들어가면 배우의 대사가 명확하게 녹음될 리 없기 때문에 촬영은 진행이 불가할 터였다. 하지만 해결책을 알고 있으니 문제를 냈을 법.  

 

혹시 여러분은 문제 해결 방법을 아시겠습니까. 

 

필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윤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촬영 스텝을 총동원, 개가 있는 집들을 일일이 방문해서 개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육포 등을 나눠주며 달래 봤단다. 개들에게 잘 봐달라고 뇌물을 준 셈이다. 심지어 주인들에게 쌀과 같은 생필품을 나눠주며 개들을 진정시켜 달라고 부탁도 해봤다. 하지만 별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현장을 총지휘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개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촬영 일정을 취소하면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부터 추가 제작비용까지 만만치 않으니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시장의 개장수를 데려와 보자’는 제안을 내놓더란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에 ‘믿거나, 말거나’의 심정으로 실제 개장수를 데려와 그저 동네 한 바퀴를 돌게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모든 개들이 숨죽이며 조용히 있더란다. 그래서 영화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판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윤 감독은 말했다.

 

필자는 개장수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동네 개들은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은 개장수가 온 것을 알았을까. 후각이 발달한 어느 개가 자신들만의 신호를 보낸 때문일까. 아니면 개장수의 음산한 기운을 느낀 본능일까.

 

누구나 이 얘기를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겠지만, 곱씹어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개들에게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대단한 감각, 그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요새 사람과 사람 사이 만큼이나 사람과 동물 간 소통도 화두가 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반려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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