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용 약품 쓰다간 고양이 잡을 수도

 

며칠 전 출근을 해보니 고양이 나루의 보호자가 중성화수술 상담을 하려고 기다리고 계셨다. 흔한 수술상담이었지만 감회가 남달랐는데, 사실 나루는 보름 전만 해도 안락사를 고려할 정도로 심한 경련 발작이 있던 환자였기 때문이다.

 

처음 병원에 온 나루의 모습은 두려움이 들 정도로 심한 근육 떨림(muscle tremor)과 경련이 있었고 상체가 다 젖을 정도로 심한 침 흘림 그리고 혈변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였고 평소에 혼자 나가 산책을 즐기는데 집 주변에 농사를 짓는 논과 밭이 있다는 얘기를 바탕으로 중독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우선 농약 등에 의한 중독을 의심하고 치료하며 지켜보기로 했는데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수면마취제가 투여된 후에야 경련은 조금씩 진정되었다. 보호자에게 의심될 만한 건 무엇이든 얘기해 달라고 하자 진드기 약을 발라줬는데 그게 문제 일지 묻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용으로 판매하는 진드기약의 경우 안전범위가 높기 때문에 이 정도의 경련 발작을 보일 가능성은 적다고 말해주고 입원 치료를 하면서 경련이 없어지는 지 보기로 했다. 만약 계속 발작 증상이 나타나면 안락사까지 고려해야 될 상황이었다.

 

다음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면회를 온 보호자가 어제 발라주었다는 진드기 약을 가져왔는데, 성분을 보니 퍼메트린(permethrin)이라는 약물이었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동물약국에 진드기약을 구입하러 갔는데, 고양이 용은 없으니 강아지용으로 3분의 1만 바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퍼메트린은 살충제의 일종으로 진드기, 벼룩, 이 등 외부기생충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다. 고양이의 경우 소량이 피부에 닿는 것 만으로도 심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 강아지용을 3분의 1 정도 바른 것 만으로도 이미 치사량 이었다.

 

퍼메트린 중독에 특별한 해독제는 없다. 따라서 치료는 피부에 묻은 약물을 세정제를 이용해서 최대한 닦아내서 추가적인 흡수를 막고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등의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방법이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게 되면 일반적으로 예후는 좋은 편이지만, 경련이 잡히지 않거나 신경계에 영구적 손상을 입게 되면 결국 안락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개에 비해 독립심이 강하고 외로움을 덜 타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비밀스럽고 어려운 존재이다. 고양이를 단순히 ‘작은 개’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