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헐떡대는 개, 열사병 주의보
아직 봄이지만 낮에는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나는 걸 보니 벌써부터 여름 나기가 걱정이다. 이미 며칠 전 이상기온과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해 안타까운 생명 하나를 떠나보내야 했다.
병원으로 응급처치 준비를 해놔 달라는 전화가 왔다.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 보더콜리와 산책을 한 후 차에 놔두고 볼일을 보고 왔는데 개가 이상하다며 빨리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 왔을 때 환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포유류와 같이 고도로 진화된 동물은 체온을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로 땀샘, 피부혈관, 근육 또는 호흡중추를 통해 체열을 발산하거나 생산을 조절하게 된다.
동물에 따라 주로 체열을 발산하는 경로가 다르다. 개와 같이 체구에 비해 큰 입과 혀를 가진 동물은 헐떡거림이나 증발에 의해 열을 발산한다.
환경 온도의 증가로 체열의 발산이 어려워졌거나 격한 운동으로 체열생성이 많아지게 되면 고체온증이 나타나 몸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열사병(heatstroke)이다.
고체온증이 나타나게 되면 열을 발산하기 위해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헐떡임을 통해 열과 수분을 발산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들은 결국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쇼크상태를 유발하게 된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그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체온을 낮춰줘야 한다. 물로 몸을 적시고 선풍기 등으로 바람을 불어줘서 열이 효과적으로 증발될 수 있게 해준다.
이 때 너무 차가운 물은 오히려 혈관을 수축 시켜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한다. 주기적으로 체온을 체크해서 체온이 40도씨 정도에 이르면 몸을 건조시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빠른 체온 강하는 오히려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운 날씨에 체온이 올라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 물을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그늘에 주차했다고 해도 절대로 차 안에 반려동물을 혼자 두면 안 된다.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차 안의 온도는 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는 운동을 제한하고 특히 아스팔트 바닥처럼 열이 반사되는 곳에서의 산책을 피한다. 사람보다 키가 작은 반려동물은 지열을 고스란히 흡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견, 호흡기 질환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더욱 주의 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부터인지 여름은 더위와 추위를 오가는 계절이 되었다. 기본적인 체온 관리를 통해 열사병도 냉방병도 없는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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