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걸린 개 치료비 드립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불만 혹은 절망하는 이유의 1순위를 꼽으라면 단연 동물병원비다.

 

사람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자칫 큰 병이라도 걸리면 유기까지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들도 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비싼 치료비를 무시못한다는 의견들도 상당하다.

 

반려동물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낫다는 미국에서도 동물병원비는 보호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인 모양이다. 최근 미국수의사회(AVMA)가 보호자들에게 수의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으니 말이다.

 

AVMA는 이 글에서 수의 비용 즉, 동물병원비를 줄이려면 첫째 예방에 힘쓸 것을 권고했다.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감당하기 힘든 병에 걸리는 것을 막으라는 것이다.

 

둘째로 펫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갑작스런 상해나 질병에는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보험만 한 것이 없다는 권고다.

 

실제 미국에서 펫보험은 보험이 실질적인 보호망으로 인식되면서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반려동물보험사 트루패니언은 1분기 말 현재 29만 마리 가까운 반려동물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매출은 무려 34분기 연속 증가했다.

 

세번째 방법은 처음부터 수의사와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동물병원에 자신의 사정을 알리고,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온전한 검사를 자신의 경제력에 맞춰 5, 6개만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병원비를 언제까지 내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해볼 것을 권했다. 수의사 앞에서 굴욕적이라고 생각되면 싸구려 동물병원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된단다.

 

AVMA는 마지막으로 동물병원비를 지원해 주는 민간단체들을 찾아갈 것을 권고했다. AVMA는 레드로버릴리프(Red Rover Relief), 펫펀드(The Pet Fund) 등 10개 안팎의 단체들을 소개했다. 대부분 기부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들은 정기예방이나 가벼운 상해를 제외하고, 교통사고 등으로 크게 다친 동물들과 암에 걸려 막대한 병원비가 드는 동물들의 치료비를 지원해준다.

 

물론 그 단체의 설립 이념에 맞아야 한다. 중성화 운동을 펼치는 곳도 있고, 개중에는 신약 개발 등에 참여하는 댓가로 병원비를 지원해 주는 곳도 있다.

 

이런 단체들의 수혜를 받는 동물들은 절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보호자들에게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단체 입장에서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사회에 설파할 수 있다.

 

우리 현실에서도 동물병원비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동물에게도 사람처럼 국민건강보험 같은 의료보장체계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뜻이 있는 재력가라면 이런 단체 결성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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