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경멸하고 증오하는 보호자

2016.05.16 15:38:23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영국에서 한 수의사가 익명으로 영국 일간지 메일에 반려동물을 둘러싼 희로애락을 기고했다. 메일 온라인판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어느 수의사의 고백’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나는 종종 나쁜 소식을 전달하곤 합니다. 당신의 반려동물이 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반려동물 주인이라면 누구나 반려동물의 죽음과 타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물을 참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할 순간이 옵니다. 바로 아버지가 남은 가족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을 털어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가장 슬픈 사람은 노령견의 수술비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독거노인입니다. 15살 된 테리어를 키우던 할머니는 수술비를 낼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을까, 집을 팔까 고민했습니다.

 

나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말렸습니다. 그 할머니는 결국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그 반려견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주인은 중산층 엄마들입니다. ‘플러피’란 이름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플러피는 말기 암에 걸려, 위독한 상황이었습니다. 엄마는 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플러피의 수술을 참관했어요.

 

그리고 수의사인 나에게 위독한 반려동물을 낫도록 힘닿는 대로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죠. 하지만 나는 거절했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할 순 없거든요. 물론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는 그 동물을 걱정하지, 그 주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걱정하진 않아요.

 

내가 가장 증오하는 것은 ‘이기적인 안락사(convenience euthanasia)’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이사를 하게 됩니다. 주인이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면, 반려동물의 주인은 나에게 인도적으로 반려동물을 안락사 시켜 달라고 요구합니다.

 

반려동물이 건강하다면, 나는 항상 거절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경멸합니다. 우리는 가끔 그런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시키기도 합니다. 내가 기르는 고양이 두 마리 모두 유기 고양이였습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종종 반려동물의 식습관을 돌보는 덴 형편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에게 식습관 처방을 해줘도, 귀여운 강아지가 심지어 더 살쪄서 나타날 땐, 나는 크게 좌절합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매일 달리기를 하는, ‘몸짱의 화신’ 같은 여성들이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나타날 땐, 나는 그녀가 놀랄 만큼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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