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혈변 보면 100% 파보?
진료를 하다 보면 마치 유행처럼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연달아 오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하루에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서너 마리씩 오는데 최근 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내원하는 환자가 늘었다.
최근에 온 나이도 성별도 품종도 다른 혈변 환자들의 공통점은 파보 장염을 걱정하는 보호자를 뒀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습득한 혈변=파보 라는 공식에 겁을 먹은 보호자들은 파보 장염은 아닌지를 물었다.
혈변을 보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급성으로 혈액성 설사를 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출혈성위장염(Hemorrhagic gastroenteritis: 이하 HGE)이라는 것이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나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내 세균에 의한 독소 또는 기타 과민반응에 의해 장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느슨해지면서 혈액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HGE은 건강한 상태였던 개가 갑자기 혈액성 설사를 보는 것이 특징으로 구토와 탈수 등이 동반되어 심한 경우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다. HGE의 진단은 증상과 더불어 혈구검사를 통해 내려 진다. 혈구검사 중 PCV(packed-cell volume)라는 항목이 있는데 빈혈이 있을 때는 낮아지고 탈수가 있을 때는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HGE의 경우 혈변을 보기 때문에 빈혈 상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히려 PCV가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위장관 내로 혈액성분이 빠져나갈 때 단백질과 전해질, 수분 등이 빠르게 빠져나가서 탈수가 먼저 오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수액 처치와 장내 증식된 세균들에 대한 항생제 처치가 필수적이다. 회복되는 하루 이틀간은 음식물을 제한하는 하는 것이 필요하며 초기에 적극적인 처치를 받으면 예후는 좋은 편이다.
물론 혈변을 본다고 해서 모두 HGE인 것은 아니다. 출혈성 설사를 유발하는 원인은 세균성 장염,바이러스성 장염, 이물, 장중첩(intestinal intussusception)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갑작스러운 혈액성 설사를 보인다면 바로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겠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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