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했다간 매장감?' 일본의 깜놀 유기묘프로젝트

오사카 번화가에 5층짜리 유기묘빌딩 '네코리퍼블릭' 오픈
카페에 용품 상설판매, 맥주도 팔아
"고양이가 행복하려면 인간도 행복해야 한다"
"유기묘 입양 문화 확산..2022년2월22일 살처분 제로 목표"

 

 

[김민정 일본 통신원] 1층에 자리한 카페는 여느 카페처럼 낮에는 커피와 과일주스 등 음료수를 판다. 밤이 되면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2층에는 가게를 찾는 이들의 수준에 맞춘 용품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고, 전국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판다.

 

빌딩이 위치한 곳은 서울로 치자면 압구정이나 청담 쯤 되는 곳. 강남 한복판의 좀 산다는 이들을 위한 복합공간일까 싶다.

 

여기에 건물의 모든 곳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덧붙여 생각하면 되는 곳이 지난 22일 문을 연 오사카 유럽거리의 네코빌드(Neco Build)다.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겉으론 보기엔 고양이 컨셉으로 장사를 하는 곳으로 비춰지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의 운영자들은 자기들은 유기묘 입양 문화 확산이 주된 목적이란다. 술까지 판다면서 유기묘 입양 문화 확산이라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유기동물 보호라면 흔히 동정이 가는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얼마간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자신 없이 사람들을 슬금슬금 피하는 유기동물들. 그리고 넘쳐 나는 유기동물들로 피곤에 절은 채 사명감으로 일하는 활동가들.

 

그런데 이곳은 그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유기묘 입양 활동가가 맞다고 박박 우기고 있다. 네코빌드에 대해 좀 뒤져 봤다.

 

일본의 크라우드펀딩사이트에서 벌인 이들의 펀딩이 눈에 띄었다. 이번 일을 하겠다고 얼마 전까지 1000만엔 펀딩을 진행했다.

 

그런데 모금된 금액은 무려 1800만엔. 우리돈으로 치자면 2억원 가까운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 1000만엔까지 모이면 4층까지 생각한대로 할 수 있고, 1800만엔이면 5층에 옥상까지 구상한 대로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지지자들이 '어디 마음껏 해봐'하고 확 밀어준 것이다.

 

대체 이들이 내건 슬로건이 뭐길래. 이번 일을 벌인 곳은 네코리퍼블릭이라는 고양이 입양 단체다. 네코리퍼블릭을 이끌고 있는 아사카 나카마씨의 포부가 당차다. 아니 아예 기존 유기묘 입양 캠페인을 아주 뒤집어 엎을 태세다.

 

"지금까지의 유기묘 카페는 제가 아는한 '별로 입지가 좋지 않다' '조용하게' '아담하게'라는 이미지였습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것을 마음껏 뒤집고 싶습니다."

 

"애완동물 가게 수준의 입지와 세련된 느낌, 두근두근 느낌을 줘서 이곳에 오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술까지 판다니 너무 한 것 아닌가. "네코빌드는 술집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유기묘 복합시설이므로 최대 4잔 정도까지만 허용할 계획입니다"며 "알콜 판매를 넣은 것은 지금까지의 유기묘 카페의 이미지와 상식을 한번에 박살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돈을 벌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굳이 피할 생각이 없다. "고양이 보호활동이기 때문에 이익을 내지 말아라, 월급받고 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고양이가 행복하려면 관련된 사람도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떼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게 네코빌드의 현실이다. 네코리퍼블릭은 지난 2014년2월2일 자립형 고양이보호단체를 표방하면서 같은 이름의 카페를 열었다.

 

아사카씨 스스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재정적 자립이 필요했다고 봤다. 네코리퍼블릭은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월급을 지급했고, 약간의 적자도 났다.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운영은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보호활동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실제 유기묘의 입양사업도 활발히 진행됐다. 덕분에 언론에도 자립형 보호단체로서 자주 소개됐고 이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번 네코빌드 역시 지지자들의 믿음 덕분에 가능했다.

 

아사카씨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사람이 펫숍이 아니라 유기묘 카페를 포함한 보호 시설에서 입양할 경우 살처분은 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코리퍼블릭의 목표는 2022년2월22일까지 고양이의 살처분을 제로로 하는 것.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안심하고 잘 곳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이런 구조로 유기묘 입양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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