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의 소위 '똥개'들의 운명은 슬프기만 하다. 아니 슬프다 못해 비통하다.
사람들은 같은 개지만 혈통 있는 순종 개에 대해서는 ‘금이야, 옥이야.’하고 예뻐한다. 혈통이 불분명한 똥개에 대해서는 멸시와 조롱만 퍼붓는다.
어디 그 뿐인가? 값 비싼 순종 강아지들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마치 자기 자식이 아픈 것처럼 당장 병원에 가서 비싼 주사를 맞히며 정성껏 간호한다. 하지만 그렇게 관대하기만 한 견주들도 똥개에게는 대해서는 그런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똥개 값이 얼마나 한다고. 철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똥개는 많이 아파도 아프다는 시늉도 못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똥개의 슬픈 운명이다. 똥개가 아프다고 하면 더 아파서 죽기 전에 잡아먹으려고 하거나, 길에 버리는 것이 바로 야박한 사람들의 인심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알고 있는가? 지금 귀하게 여기고 대접하는 순종개라고 뻐기는 개들도 불과 200~300여 년 전 대부분 혈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영국, 미국에 공식적으로 애견협회가 생기면서 혈통서라고 불리는 개족보도 발급하고 혈통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량된 사실을.
똥개나 순종개나 소중하고 영리한 생명체다. 그런데 사회적 차별은 왜 그렇게 많은가? 길거리를 가도 똥개들은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구박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순종개가 오면 아이들은 ‘귀엽다’를 연발한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똥개들이 왜 이리 멸시를 받을까? 혹시 우리들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옷, 명품 가방, 명차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아이들의 작은 신발을 사면서도 세계 최고 브랜드가 아니면 찾지 않는 부모들이 많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다국적 회사 제품만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
해발 1,000미터도 안 되는 산을 올라가면서도 히말라야 등반 정도의 수백 만 원대 아웃도어 차림으로 가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이제 모든 소비 활동에서 그런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우리는 모든 소비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브랜드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개를 고르는 안목이나 태도도 그런 브랜드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순종개가 A급이고 똥개는 B급이다.’라는 사회적 인식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모두 소중한 생명이고 아름다운 개들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보는가? 자기가 키우고 싶은 개를 키우면 되는 것이다. 그 개가 순종이든 아님 똥개든 그런 것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브랜드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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