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루 위 고양이’
2016.06.06 10:00:00 김건희 기자 com@inbnet.co.kr
“수정 같은 푸른 눈,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조화로운 몸매, 우아한 걸음걸이!”
어디 하나 천박한 곳 없는 위대한 깨달음의 고양이 ‘조리’와 조리 눈에 비친 인간 군상을 우리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듯 그려낸 작품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간을 거침없이 질타하고 가르침을 던지는 고양이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고, 모순과 욕망 덩어리로서 존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줄거리는 이렇다. 길고양이 엄마에게서 난 고양이 ‘조리’는 어느 정도 자라자 젖이 부족한 엄마는 조리를 ‘반연’ 집으로 옮겨놓고 가버린다. 혼자 시골에 내려와 고시공부를 하는 반연은 도망가는 새끼고양이 조리를 잡아 거두어들이고 조리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런 가운데 ‘조리’는 인간의 잔학함에 희생된 엄마와 형제들의 소식을 알게 되고, 그런 조리에게 인간은 더욱 형편없는 존재로 다가온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 커져가는 어느 날, 반연의 그녀가 반연에게 거처를 서울로 옮길 것을 강권하면서 반연과 조리는 고민과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데..
작가는 “고양이와 함께 살며 어느 순간 고양이의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깨달음의 존재처럼 느껴졌다.”며 “그러면서 똑같은 생명체로서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은 어떨지를 생각하니 부족하기만 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었다.”고 말한다. 이어 “그런 인간의 모습을 나 스스로를 대상화해 그려보았다. 작품을 통해 만물의 존재 가치와 우리를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1965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났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뜻한 바가 있어 2006년 안동 길안천 변에 조그만 움막을 짓고 10년째 살고 있다. 낮에는 사과농사를 짓고 남는 시간에는 산책, 책 읽기, 기타를 친다. 잡담, 소음, 추위, 눈 쓸기를 싫어하고 노자, 임어당, 검도, 탁구, 멍하니 앉아있기를 좋아한다. 아라, 마루라는 이름의 개 두 마리, 둥이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와 살고 있다.
저자 김용철/ 출판 밥북/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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