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5분전’의 유래, 정설과 이설 사이

'개판'. 사전적 의미로는 '상태와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개판 5분전'은 그 정도가 심하거나, 정리정돈이 어려운 상황에 비유되곤 한다. '개판'과 '개판 5분전'은 상당히 거친 느낌을 주는 말이다. 그런데 왜 '개판 5분전'일까. 10분전도 아니고 5분전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증을 자아냈던 말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그 누구로부터도 명쾌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입에 벤 듯, 관용적으로 이 말을 쓰고 있다.

 

‘개판’에 대해선 누군가 이런 해석을 내놨다. “개판은 개들이 판치거나, 어떤 어수선한 형국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애초 ‘어떤 판을 연다’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이다. 덧붙여 “개는 멍멍이가 아닌 한자로 열 개(開)를 의미하고, ‘판’은 ‘일이 벌어진 자리’라는 우리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어떤 판이 열리고, 시작된다’는 의미가 ‘개판’이란 것이다.

 

판의 의미를 뒷받침 하는 용어로 ‘난장판’, ‘이판사판’ 등도 있다. ‘이판사판’은 될 때로 되라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는 불교용어다. 수도승을 일컫는 이법계와 행정승의 세상인 사법계를 합친 말이다. 이법계든 사법계든 막힘이 없다는 뜻의 ‘이사무애법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계(界)와 판은 크고, 작음의 차이 일뿐 특정한 공간과 장소를 의미한다.

 

그럼 왜 ‘5분전’인가. 또 다른 누군가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구휼을 목적으로 무료배식을 나눠주기 5분전, 다시 말해 밥 퍼주기 직전에 한 끼를 챙기기 위해 자리싸움하는 어수선한 형국을 강조하기 위해 ‘5분전’이란 시간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풀이가 꼭 집어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주저스럽지만, 굳이 유래를 말한다면 정설과 이설 사이의 설명으론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상당히 일리 있고, 그렇게 이해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개판 5분전’. 분명 처음 쓰였던 의미는 왜곡된 채 사용되고 있다. 애꿎은 개들만 이미지 훼손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개들이 알면 억울해 할 게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