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골함, 차마 치우지 못하는 사람들

2016.06.14 16:06:37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거래처 사장님과 이야기 꽃을 피우던 30대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자기 딸 자랑에 여념이 없덨던 거래처 사장님. 그런데 내 아이, 내 딸 하면서 하는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아닌 게 드러났다. 그랬다. 거래처 사장님은 자신이 키우던 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좀 더 지나지 않아 이 사장님이 뭔가를 보여 주겠다고 하더니 조그만 상자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그 상자 속에는 반려견의 유골함이 고이 모셔져 있었다.

 

A씨도 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유골함까지 보여 주면서 추억을 이야기하는 거래처 사장님에게 느껴지는 약간의 서늘함이란. 그 사장님은 그 '아이'를 생각하면 차마 유골함을 치울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아 예예"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40대 B씨 역시 집 안에 반려견의 유골함이 있다. 그것도 두 마리다. 어미와 그 어미에게서 난 새끼의 유골함이다. 어미는 세상을 떠난 지 이미 5년 남짓, 새끼 역시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집 안에 유골함을 두는 것이 마뜩지 않았고,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던 것이 어느새 그 오랜 시간이 지나 버렸다. 지금은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단다.

 

처음 화장을 하고 나서는 아내의 성화에 돌려 보낼 여러 곳을 생각해 봤다. 그래서 앞산에 묻을 생각으로 답사도 마쳤다. 하지만 잡목이 쌓여져 있거나 아니면 햇볕이 들지 않는 곳, 혹은 모르는 사람의 무덤 옆에 아무렇게나 묻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선배의 조언을 받아 생각해 낸 것이 수목장이었다. 나무 아래 유골함을 묻는 것인데 그 선배는 아파트의 관리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B씨에게는 또 한 마리의 말티즈가 있다. 나이는 15살에 접어든다. 무지개다리를 건넘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개와 자매 간이다. B씨에게는 이 말티즈 마저 세상을 떠나면 그때는 정말 치우리라 하는 핑계도 있던 셈이다.

 

이처럼 의외로 세상을 떠난 반려견들의 유골함을 집안에 모셔 두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족이 사망에 이르면 당연히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모시거나 유골을 산골하기도 하지만 반려견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가끔 사진과 유골함을 보면서 추억을 잠긴다.

 

다소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 왜 놓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골함을 집안에 두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마냥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길.

 

1년에 수차례 반려동물의 유골을 둔 납골당에 찾아서 대성통곡을 하는 이들이 있다. 혹은 젬스톤(Gemstone)으로 해서 유골을 압축한 것을 보석형태로 만들고 두기도 한다.  

 

행여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집안에 유골함을 두거나 젬스톤으로 만들거나, 혹은 납골당을 찾거나 그 어떤 형태이든 함께 더 있지 못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각자의 방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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