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가 물렸어요!"..개 물림사고
“우리 개가 많이 물렸어요! 빨리 좀 봐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피투성이 개를 안고 보호자가 뛰어들어왔다. 피해견은 장수라는 이름의 5살 된 믹스 견으로 동네 진돗개에게 심하게 물려서 급히 병원으로 왔다고 했다.
장수는 물린 후의 충격과 극심한 통증으로 무척 흥분한 상태였고 결국 의료진 한 명이 물리고 나서야 치료가 시작 될 수 있었다. 물려서 생긴 상처를 교상(bite wound)이라고 한다. 흔히 교상에 의한 상처를 빙산에 비교하고는 하는데, 겉으로는 작은 구멍만 있는 것 같지만 그 밑으로 손상이 크기 때문이다.
x-ray 촬영을 해보니 물린 충격으로 복 벽이 찢어지고 그 틈으로 내부 장기가 탈출한 소견이 보였다.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수술을 교상 부위에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고 찢어진 복 벽을 복원하는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수술이 끝이 아니었다. 교상의 후유증으로 외상성 쇼크가 와서 콩팥과 췌장기능에도 이상이 왔다. 사실 교상, 교통사고, 낙상 등에 의한 다발성 외상의 경우 눈에 띄는 손상 외에도 그로 인해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전신 증상이 생명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또 한가지 교상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치료비 문제이다. 가해견 보호자가 처음에는 치료비용을 대줄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좀 물린 건데 무슨 치료비를 그렇게 많이 요구하냐며 못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피해견은 어쩌다 산책 나온 집안에서 키우는 소형견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는 실수로 줄이 풀렸거나 또는 묶여 있는 대형견인 경우가 많아 그들 간에 반려견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크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 회사나 경찰이 병원으로 출동하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때문에 항상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책 시 목줄은 필수이고 줄에 묶여 있는 대형견 옆으로 지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주로 묶인 상태로 키워지는 개들은 에너지를 방출할 기회가 적어 보다 쉽게 흥분하기 때문이다.
교상이 발생한 경우는 바로 병원으로 내원하고 이 때 긴장한 반려동물에게 보호자가 물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넥 칼라 등의 보호장구를 반려동물에게 채우거나 두꺼운 장갑, 담요 등을 이용해서 이차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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