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상하이까지, ‘동물원 기행’
2016.08.13 12:00:00 김건희 기자 com@inbnet.co.kr“오래된 동물원은 거만하지도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게 그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어떤 건물들보다도 훨씬 더 진실하게 그 도시의 성격을 말해준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인 나디아 허는 이 책을 통해 ‘식민지 침략과 약탈’, ‘전쟁과 혁명’, ‘이념 갈등과 화해까지’, 파란만장한 세계사의 무대가 되었던 동물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한 동물원 기행이 아니다.
저자는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세계 14개 동물원을 둘러봤다.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파리동물원, 일본군에서 국민당과 인민해방군까지 여러 차례 주인을 바꾸며 파괴와 재건을 거듭했던 창춘동식물공원, 냉전과 동서독 통일을 온몸으로 겪어낸 동베를린동물공원까지.
또, 로맹 가리부터 록 밴드 U2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준 공간이자, 횡령과 학대 같은 사회의 치부가 드러나는 공간으로서의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동물원이 단순히 동물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해 말해주는 흥미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특히 동물과 동물원에 얽힌 다양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유전자 중복’을 이유로 도살당한 기린 마리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 합리성’의 의미를 되묻는다. 전쟁 중에 학살당한 수많은 동물들, 원유 유출 사고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선 인간의 탐욕과 잔혹함의 끝은 어디일지를 묻고는 동물원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들에 답해보기를 권한다.
글쓴이 나디아 허/ 옮긴이 남혜선/ 출판 어크로스/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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