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유기동물이 새주인을 찾는 과정
2016.08.23 11:46:52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 유기동물 보호소의 유기동물 입양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했다.
기사는 유기동물의 입양 과정이 지난하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의 유기동물에 비해서는 부러운 측면이 많다. 주인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정신적 충격은 매 한가지겠지만 새주인을 찾기까지 과정은 참 달라 보인다.
영국 유기견·고양이 보호소 ‘에든버러 도그 & 캣 홈(EDCH)’은 지난 1883년부터 유기동물을 돌보고, 새 가정에 입양시켜왔다.
유기견이나 고양이가 보호소에 도착하면 먼저 검진부터 받는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유기동물은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했고, 예방접종도 안 돼 있기 십상이다. 벼룩과 기생충도 문제다.
사료업체 로열캐닌의 샨 홀트 구조 담당 매니저는 “비록 몇몇 고양이들은 뚜렷한 건강 문제로 구조센터에 오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치료할 수 있거나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수의사와 보호소 직원들이 근사치의 나이를 정해준다.
EDCH는 매년 유기동물 수천마리를 입양시킨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유기동물 입양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18세 이상이라면 예약 없이 와서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운 좋은 동물은 보호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새 주인을 만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평생 입양되지 못하는 동물들도 있다. 건강 문제나 행동 문제 또는 둘이 결합된 문제로 유기동물 중에 결코 입양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들은 보호소에서 계속 살게 되거나,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한 위탁가정에 보내진다. 지난해 로열캐닌이 선정한 ‘올해의 구조 고양이’ 노리스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노리스 씨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서니 하버 구조센터에서 비폐색(鼻閉塞)과 구개열 기형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어미고양이의 젖을 빨 수 없었다.
수의사는 노리스 씨가 오래 살 수 없을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보호소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보호소 직원들은 고민 끝에 생후 몇 주 지난 노리스 씨에게 주사기로 부드러운 유동식을 먹였다.
노리스 씨는 스스로 먹는 법을 터득했고,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비강 재건 수술을 받기 위해 만난 수의사는 이렇게 심각한 고양이 구개열 기형을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수의사는 노리스 씨 잇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이빨 8개를 제거했다. 비강 재건수술은 실패했지만, 노리스 씨의 기형은 개선됐다. 노리스 씨 주치의는 노리스 씨의 기형 재건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성형외과 의사들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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