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 살아있는 동물원의 미어캣과 프레리독

미어캣(Meerkat)은 몽구스과에 속하는 작은 육식동물로 메뚜기, 딱정벌레와 같은 작은 곤충이나 거미 같은 절지동물 등을 먹고 산다. 이 녀석들은 주로 남아프리카의 반건조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보통 3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고 산다.

미어캣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영향이 크다. 만화에서 미어캣은 조연인 티몬으로 등장하여 아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맹금류의 공습을 경계하고 있는 미어캣. 2012년 어린이대공원.

미어캣의 운명은 고달프다. 목숨이 붙어 있는 이상 늘 독수리나 매 같이 하늘을 나는 맹금류의 공습에 촉각을 기울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맹금류의 발톱에 낚아 채이는 순간 황천길로 가는 것이다.

미어캣들은 안전한 굴속을 나와 먹이를 찾아 땅 위에서 먹이 활동을 할 때가 가정 위험하다.

그래서 미어캣이 생각한 것은 무리 중 늘 몇 마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망을 보고 있다가 맹금류가 보이면 즉시 공습경보를 해야 한다. 경계병들이 정해진 비상신호를 울리면 미어캣들은 잽싸게 굴로 몸을 숨겨 맹금류들의 공격을 피한다.

그런데 동물원에 있는 미어캣들은 아직 아프리카에서 수만 년 동안 남아 있는 이런 습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망을 보는 미어캣

2012년 당시 필자가 관찰한 미어캣들이 그랬다. 대부분 미어캣들은 잘 놀고 있었지만, 유독 한 마리는 나무위에 올라가서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같은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며 망을 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밑에 있는 미어캣들은 열심히 놀고 있었다.

미어캣과는 서식지나 생김새는 크게 다르지만, 비슷한 생활을 하는 또 다른 작은 동물이 있다. 북미가 고향인 프레리 독(Prairie dog)이다.

이 녀석의 이름에 개를 뜻하는 독(dog)이 붙었지만, 이 녀석은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 아니다. 프레리독은 쥐목 다람쥐과에 해당되는 동물로 개보다 쥐에 훨씬 가까운 동물이다.

나무위에서 망을 보는 프레리독. 강한 경계심이 느껴진다. 2012년 4월.

프레리독들은 30마리가 단위인 미어캣보다 훨씬 더 큰 무리를 이루면서 산다.

최대 500여 마리가 무리를 짓는데, 이들도 미어캣과 같이 먹이활동을 할 때는 맹금류의 공습에 대비해서 몇 마리씩 경계를 선다. 경계를 서는 프레리독은 무리에 위험을 알려줄 때 마치 개처럼 짖기도 하고 쥐처럼 찍찍거리기도 한다.

2012년 필자가 동물원에서 미어캣과 같이 관찰한 프레리독도 여전히 야생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리가 쉬어도 그 중 꼭 한 마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열심히 맹금류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점이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프레리독과 미어캣들이 어떻게 맹금류의 위험성을 알고 경계를 서는 것일까? 도대체 누가 교육을 시켰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