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나와보라옹~ 오늘도 쥐 잡아왔다옹~'

2016.11.25 14:29:1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얘들아, 암튼 고생혔다.. 그런데 숙식은 무상이니까 이제 고만 좀 잡아오면 안되겠니~'

 

쥐나 작은새를 잡아오는 고양이. 고양이 딴에 뭔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려 하거나 집사가 굶을지 몰라하는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쥐를 거의 매일 잡아온다면? 엄청난 쥐를 잡는 능력을 가진 고양이들 덕분에 골치가 아픈 남자 사장님이 원주에 살고 있다.

 

강원도 원주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자동차 랩핑업체. 래핑은 시트지를 활용,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차량 색상을 도장하는 것처럼 바꾸는 작업을 일컫는다. 

 

이 곳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주야간 2교대로 번갈아 가며 상주(?)한다. 셋 다 길고양이 출신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이제는 이 곳에서 기르는 고양이 대우를 받고 있다. 

 

숫커, 동네 골목대장 같았던 길양이 출신. 고양이 키우는 맛을 알게 해준 녀석이다.

 

흰둥이 숫커(수컷), 검정 고양이 샤크(수컷), 검정 점박이 네로(암컷). 이 녀석들의 이름이다. 

 

20년 넘게 개만 키워온 사장님. 고양이를 키우게 된 계기는 지난해 1월쯤 큰 사고를 당해서 오도가도 못했던 숫커 녀석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눈엣가시였다.

 

키우는 개의 사료를 뺏어 먹으려 들질 않나, 동네 고양이들과 싸워 상처투성이가 돼서 가게에 오질 않나, 심지어 사람한테 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도 가게에 발을 들여 놨다.   

 

볼 때마다 오지 말라고 쫓아냈건만 배포 두둑한 독한 녀석이었다.

 

사고가 났을 당시 그 녀석은 거의 죽어가고 있던 상태였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그때까지의 감정은 까맣게 잊은 채 병원에 가보니 온몸에 성한 뼈가 거의 없었다. 꼬리는 반이 몸에서 분리돼 있었다. 눈도 정상이 아니었다. 

 

숫커(수컷)와 나중에 밀고 들어온 네로(암컷). 

 

차마 외면하지 못해 6개월 간 치료한 끝에 점프도 하고, 외출도 할 정도로 회복됐다. 여전히 사고 후유증으로 뒷발 한 쪽은 쓰지 못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간호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장님은 숫커의 주인이 돼 있었다. 아니 주변에서 당연히 숫커를 랩핑 가게 고양이로 생각했다.

 

졸지에 사장님은 이 고양이의 주인이 돼 있었다. 치료하느라 가게 안에서 보살피는 사이 정이 들어 버렸다는 점도 실토해야할 듯하다.

 

그렇게 작년이 가고, 올해가 됐다.

 

또다른 녀석들이 꾸물꾸물 밀고 들어왔다. 샤크와 네로였다. 이 녀석들은 원래 앞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길고양이의 새끼들이었다.

 

'좋다. 하얀 녀석도 받아줬고, 이 녀석들도 외출도 하고 하니 봐줄 만하다. 개만 키우던 내가 이렇게 바뀔 줄이야!'

 

그런데 두달 전부터 뒷집으로 넘어온 이 녀석들이 말썽 같은 말썽 아닌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네로와 함께 밀고 들어온 샤크. 기세에 눌린 탓인지 숫커와 같은 공간에 잘 있으려 들지 않는다. 

 

녀석들이 서로 지기 싫다는듯 쥐를 잡아오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몇번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쥐를 치우는 신세가 됐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샤크가 두 마리. 네로가 한 마리의 쥐를 잡아다 던져 놨다. 

 

잡힌 쥐를 크기별로 세워 놓고 주변에 보여주니 쥐 일가를 몰살시켰다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한다.(ㅠ)

 

주변에 쥐란 쥐는 죄다 잡아 족칠 모양이다. 

 

이 녀석들 쥐를 잡아왔을 때 반드시 티를 낸다. 창가에서 나와 보라고 계속 울어댄다. '알겠다고 이 녀석들아!'

말이 이틀에 한 번 꼴이지 매일 쥐 사체를 치운다. 이제 버리기도 지겹다.

 

"얘들아, 밥 축낸다고 뭐라고 한 적도 없잖아. 이제 고만 잡아 오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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