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숍에 버리는건 유기 아냐" 경찰관 망언에 분노

2016.12.19 14:48:0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지난 3일 울산의 한 애견숍에 중년남성이 목욕을 맡기곤 연락이 두절됐다. 종종 있는 애견숍 유기였다. 

 

"애견숍에 동물을 버리는 것은 유기가 아니다. 살릴려고 여기다 버린거다."

 

반려견 유기 신고에 출동한 한 경찰의 태도가 할 말을 잊게 만들고 있다. 동물 관련 범죄는 여전히 뒷전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울산의 한 애견숍. 문을 열자마자 한 중년남성이 목욕을 시켜 달라고서는 2살 가량의 말티즈를 맡기고 갔다.

초면이기는 했지만 중년이고 해서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남성은 가게 문을 나간 뒤 연락두절 상태가 됐다.

 

당일날 찾으러 오지도 않았고, 남기고 간 번호로 연락을 해봤지만 꺼져 있었다.

 

2주 동안 오기를 기다리면서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경찰에 동물 유기로 신고했다. 애견숍을 유기처로 삼는 이들이 꽤 많아 이번에는 제대로 벌을 받도록 하자는 마음도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의 태도가 애견숍 측을 당황스럽게 했다.

 

'애견숍에 동물버리는 건 유기가 아니다. 길에 버려야 유기지. 살릴려고 여기다 버린거지, 그리고 남구청에 전화하면 안락사시켜 줄꺼다. 걱정하지마라.'

 

경찰이 숍에 와서 한 말은 대충 이랬다. 귀찮으니 안락사시키라고?

 

중년남성이 숍에 유기한 말티즈. 처음엔 낯설었지만 적응 끝에 새가족을 찾았다. 

 

애견숍 직원이 '모르는게 아니다. 신고한 것 자체가 버리고 간 사람을 벌주려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동물 유기시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돼 있는 동물보호법이 역시나 있으나마나. 현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애견숍 직원은 "애견숍은 가족을 만드는 곳이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미용을 하는 곳이지 쓰레기통인냥 버리는 곳이 아니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더욱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러면서 "분명 쉽사리 반려견을 버리는 이들을 벌주는 방법, 법이 있지만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고 그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경찰청 차원에서 학대 등 동물범죄 관련 수사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역시나 일선 경찰관들의 태도가 바뀌는 데 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에서 동물유기 처벌 수준 상향을 추진하고 있지만 있는 법부터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숍에 버려진 말티즈는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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